‘당권 장악’ 친윤 VS ‘각자도생’ 비윤… PK 국힘 ‘모래알’ 심화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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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지선서 잇단 승리 불구
의원들 존재감 기대 못 미쳐
부울경 주민 시선도 차가워
22대 총선 결과 ‘예측 불허’

지난해 9월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지난해 9월 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국민의힘 부울경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박형준 부산시장 등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부산일보DB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은 지난 21대 총선에서 부산, 울산, 경남(PK) 지역구 40개 가운데 33석을 휩쓸며 시·도민의 압도적 선택을 받았다. 여기다 올해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에서 보수 정당이 잇따라 승리하면서 전국 권역 중 최다 의원이 모인 부울경의 존재감은 높아질 것으로 기대됐지만 현실은 정반대였다. 차기 총선을 앞두고 친윤 그룹에선 당 장악에 집중하는 반면 비윤 의원들은 생존을 위해 결집보다는 각자도생에 나선 상황이다.

2020년 4월 15일 진행된 21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통합당은 부산 18석 중 15석, 울산 6석 중 5석, 경남 16석 중 12석 등 총 부울경 전체 40개 지역구 가운데 32개를 휩쓸어 담았다. 경남에서 김태호 의원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당선된 후 입당한 것까지 고려하면 총 33석이다. 국민의힘 지역구 의원 가운데 권역별로 구분하면 가장 많은 지역이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국민의힘 부울경 의원들의 결집력을 두고는 의문을 제기한다. 실제로 이번 국민의힘 국회부의장 경선에서 ‘모래알’이라는 비판을 받아 온 PK 국민의힘 현실은 여실히 드러났다.

우선 입후보 과정에서 서병수(부산 부산진갑), 김영선(경남 창원의창) 의원의 교통정리가 이뤄지지 못한 채 각각 출마했다. 또한 1차 투표 결과를 살펴봐도 승리에 이변이 없을 것으로 여겨졌던 서 의원의 실제 득표는 39표에 불과했다. 서 의원이 타 지역 의원들과 관계가 깊다는 점을 감안하면 부울경에서 이탈표가 있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결선 투표에서 서 의원은 2표 차로 정우택 의원에 패배했는데, 1차 투표 후 부울경 의원 중 두 명 이상이 결선 투표권을 포기하고 이석한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

아울러 서 의원을 견제하는 일부 부울경 의원은 물밑에서 활발한 움직임을 펼친 것으로 전해진다. 대표적으로 PK 친윤 그룹에서는 서 의원이 전국위의장을 맡아 ‘이준석 축출’에 반대했던 만큼 평소 불편한 감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왔으며 경선에서는 상대 후보 지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또 부울경 비윤 의원 중 일부 중진도 서 의원의 부의장 당선은 차기 공천 경쟁에서 본인에게 불리한 요소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정 의원을 밀었다는 이야기도 흘러나온다. 통상 선거마다 중진 의원 교체율을 어느 정도 맞추는 만큼 본인의 생존을 위해 부울경 후보 대신 다른 의원을 택했다는 것이다.

부울경 국민의힘 의원들의 단합력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박완수 경남지사와 김두겸 울산시장의 부울경 특별연합 이탈 선언 당시 같은 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역할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호남 지역 현역들과 함께 부울경 특별연합 정상화 촉구 기자회견을 가진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행보에 지역 주민들도 여권에 대한 시선은 차갑기만 하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진행하고 있는 정례 조사에서 한 달이 넘는 동안 국민의힘 부울경에서 민주당과 지지율 접전을 보여 오고 있다. 불과 다섯 달 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이 광역, 기초단체장을 휩쓴 것과 대비가 두드러진다. 부울경은 상대적으로 보수세가 강한 지역으로 꼽히지만, 최근 이 같은 상황에 22대 총선에서는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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