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 3~5m 골목길 많고, 행사 때마다 인파 북적… 참변, 예측 가능했다
참사 현장 둘러보니
현장 인근 좁고 가파른 골목 많아
대부분 유명 식당·클럽 등 밀집
해밀톤호텔 테라스 증축 화 키워
인파 몰려도 행정은 사실상 방관
1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한 골목길. 이 일대 골목길들은 모두 비좁고 가팔라 대형 행사 때마다 인파가 몰렸다.
“이 골목이나 저 골목이나 상황은 같습니다.”
1일 오후 1시께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 이태원 일대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A 씨가 사고 현장 옆 골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고가 난 현장 반경 200m 거리에는 사고가 벌어진 골목과 유사한 비좁고 가파른 골목길이 3곳 더 있었다. 사고 현장을 포함한 골목길 4곳은 모두 유명 식당과 클럽, 술집이 밀집된 세계음식문화거리와 대로변을 잇는 지름길이다. 이태원역 1번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해 지하철역에서 나온 사람들은 주로 이 골목길을 따라 세계음식문화거리로 들어간다.
상인들은 매년 대형 행사 때마다 이태원역 1번과 2번 출구 일대 골목마다 인파가 몰렸다고 설명한다. 이번 이태원 참사가 ‘예외 상황’이 아니었다는 의미다. A 씨는 “매년 핼러윈, 크리스마스 같은 대형 행사 때마다 골목마다 사람들이 가득 찼다”며 “비좁은 골목에 끼어 한 사람이 넘어지면 앞에 사람도 넘어지는 것을 종종 봤다. 경고음이 없었던 게 아니다”고 말했다.
문제의 골목들은 모두 너비 3~5m의 내리막길로 비좁고 가파르다. 성인 남자 5명이 나란히 서면 꽉 찰 정도의 너비다. 골목길 양옆은 건물로 가로막혀 있다. 골목 중간 옆 골목으로 빠지는 길이 나 있지만 폭이 2m가량으로 매우 좁아 성인 남자 두 사람이 겨우 다닐 수 있는 정도다. 비좁은 골목들이 대로변으로 나가는 유일한 ‘출구’이자 가게 밀집구역의 ‘입구’ 역할을 하다 보니 골목에 갇힌 사람들은 물론, 이미 세계음식문화거리 안으로 들어간 사람들도 탈출로가 막혀 버린 것이다.
사고 현장에 있는 서울 용산구 해밀톤호텔 주점이 거리에 테라스를 무단 증축한 것도 화를 키웠다. 해당 테라스는 너비 1m 길이 17m로, 당초에도 너비가 약 5m로 좁은 세계음식문화거리는 테라스 증축 이후 4m로 폭이 더 좁아졌다.
비좁은 골목에 인파가 몰리는 경험이 올해가 처음이 아니었던 만큼 행정기관의 미흡한 조치가 사실상 방관이었다는 비판이 더 거세진다. 내리막이 많고 골목 너비가 좁은 이태원 지역 특성상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사고였다는 것이다. 이태원 핼러윈 축제는 인근 상인들이 자발적으로 파티를 여는 방식으로 이루어져 지금까지 주최자가 지정된 적이 없다. 사고를 대비할 명확한 안전 매뉴얼이 없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태원에서 3년 거주한 양수민(29) 씨는 “핼러윈, 크리스마스 같은 큰 행사가 벌어질 때마다 이동이 어려울 정도로 이태원역 일대가 꽉 막혔다”며 “작년에도 재작년에도 인파가 몰렸는데, 코로나 이후 인파가 더 몰릴 것을 알고도 손 놓은 행정기관의 대응이 아쉽다”고 말했다.
글·사진=변은샘 기자 iamsam@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