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오페라하우스와 ‘답정너’ 행정
이자영 문화부 차장
2024년 10월 개관, 2년도 안 남아
시, 운영 주체 놓고 오락가락 행보
사업소 반발에 책임운영기관 제시
공무원 중심 한시 조직 한계 어쩌나
부산오페라하우스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부산시는 2024년 10월 오페라하우스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년도 남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부산시는 아직까지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할 주체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 최초 전문 공연장을 표방한 오페라하우스는 재단법인 형태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운영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위해서다.
문제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현 정부가 출자·출연 기관 신설에 부정적이라는 점이다. 현재 부산시 산하에는 공사와 공단 6개, 출자·출연기관 19개, 총 25개 공공기관이 있다. 서울시의 26개와 비교해도 그 수가 적지 않다며, 20개 수준으로 줄이기 위한 통폐합 논의가 진행 중이다.
이 와중에 부산에는 오페라하우스에 이어 2025년 5월 개관 예정인 부산국제아트센터까지 2개의 전문 공연장이 새로 생긴다. 별도 법인이든 통합 법인이든 신설 공연장을 운영할 재단이 있어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관건은 행정안전부가 재단법인 신설을 승인해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부산시는 재단 신설이 여의치 않자 시 사업소 형태로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는 방안을 거론했다. 부산시립미술관, 부산시립박물관 같은 형태다. 개관 초기 조직 운영의 안정성 확보를 장점으로 내세웠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공무원으로 구성된 사업소로는 세계적 수준의 공연장을 운영하기 힘들뿐더러 전문성과 자율성을 중시하는 최근의 예술경영 흐름에도 맞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부산시는 또 다른 대안으로 책임운영기관을 들고 나왔다. 국립중앙극장이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사례로 들었다. 행정직과 기술직은 공무원이 맡고, 임기제로 전문가를 채용하면 된다는 것이다. 당장 재단을 만들기가 어려우니, 5년가량 책임운영기관 형태로 운영하면서 재단 설립을 장기적으로 추진하자는 주장이다.
예술계에서는 이런 부산시 행정을 오락가락 행정,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행정이라고 비판한다. 사업소와 책임운영기관 사이를 오락가락 하고 있지만, 결국은 오페라하우스를 공무원 조직이 운영하겠다는 정해진 답을 향해 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부산시는 기관장을 공무원으로 임명하거나 일부 개방형 직위로 공모하는 사업소와 달리, 책임운영기관의 기관장은 개방형 직위로 공모한다고 설명했다. 임용권을 시장이 가지고 있는 사업소와 비교해 책임운영기관의 경우 일반직은 시장이 임명하더라도 임기제는 기관장에 임용권을 위임할 수 있다는 점도 차이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지난달 11일 열린 공개 토론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책임운영기관의 기관장을 현재처럼 4급 수준으로 해서는 경험 있고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세계적인 공연장을 지향하는 오페라하우스에 임기제 신분의 직원을 뽑는다고 하면, 좋은 인재가 얼마나 올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행정기관에 적용되는 책임운영기관을 지자체가 설치, 운영하려면 별도의 조례도 만들어야 한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예술단체와의 간담회에서 책임운영기관 형태로 가는 것이 가장 빠른 길이라고 설득했다. 책임운영기관에서 재단법인으로 전환할 때 직원을 새로 채용해야 하는 문제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지만, 현재로선 최선의 방안이자 고육지책이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문화예술계에서는 부산시가 진작에 재단 설립을 준비했다면 신설 법인 출범도 충분히 가능했을 텐데, 뒤늦게 정해진 답을 놓고 형식적 간담회만 진행한다는 불만이 나온다. 공무원 중심의 한시적 조직으로 오페라하우스를 운영하느니, 차라리 기존 재단법인인 부산문화회관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편이 낫겠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전문 인력을 함께 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고, 각 공연장의 사업적 충돌을 막을 수 있어 효율적이라는 논리다.
부산시는 열린 자세로 각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오페라하우스 운영을 위한 최적의 방안을 찾아내야 한다. 부산시는 지난달 공개 토론회 때도 시민단체를 배제해 ‘이름만 공개 토론회’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공공기관 숫자에 매여 고육책을 짜내거나 “문화분권만 됐어도…”라는 볼멘소리를 할 게 아니라 필요하다면 정부를 설득해 재단 신설을 승인 받을 전략을 만들어야 한다. ‘부산 문화 백년대계’ ‘세계인의 버킷 리스트’라는 비전에 맞는 오페라하우스, 국제아트센터 운영 방안은 5년짜리 땜질 처방으론 부족하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