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 ‘낙하산 인사’ 막는 규정 뺀 BNK… 외압에 밀렸나?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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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이사회서 외부인사 제한 규정 삭제
김지완 회장 사임 앞두고 개정 배경 논란
정치권·금감원서 내부 승계에 문제 제기
심리적 압박에 내부 후계 구도 변화 겹쳐
시민단체·노조 “낙하산 인사 빌미” 반발

BNK금융 차기 회장직에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열렸다. BNK금융 전경. 부산일보DB BNK금융 차기 회장직에 외부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이 열렸다. BNK금융 전경. 부산일보DB

김지완 BNK금융지주 회장의 사임을 앞두고 외부 인사도 차기 회장직에 오를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낙하산 인사’라는 비난을 받으며 회장직에 오른 김 회장이 그동안 외부 인사를 제한했다가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을 키울 수 있는 외부 인사를 허용해 그 이면에 관심이 쏠린다.

BNK금융지주는 4일 서울에서 이사회를 열고 외부 전문 기관의 추천을 받아 외부 인사를 회장 후보에 올릴 수 있다는 내용으로 ‘최고경영자(회장) 후보자 추천 및 경영승계 절차’ 규정을 일부 수정했다. 이와 함께 하위 규정인 ‘최종후보자 추천 절차’에서 ‘대표이사 회장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그룹 평판 리스크를 악화시키는 등 이유로 외부 영입이 필요하다고 이사회에서 인정하는 경우 외부 인사, 퇴임 임원 등을 제한적으로 후보군에 추가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삭제했다.



김지완 회장. 부산일보DB 김지완 회장. 부산일보DB

이로써 BNK금융은 특수한 상황 조건이라는 제한 없이 외부 인사가 최고경영자가 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BNK금융은 2018년 지주 사내이사, 지주 업무집행책임자(지주 사장 이상), 자회사 대표 중에서 내부 승계로 회장을 선임한다는 ‘최고경영자 경영승계 규정’을 통해 외부 인사를 제한했다.

이처럼 외부 인사를 제한하는 규정들은 김 회장이 2017년 취임한 이후 수정되거나 추가된 내용이다. 김 회장은 지역 사회의 ‘낙하산 인사’라는 거센 반발 속에서도 정치권 등의 힘을 기반으로 외부 인사로는 이례적으로 회장에 취임하는 데 성공했다.

김 회장이 취임한 당시에만 해도 BNK금융은 차기 회장 선출에 외부 후보를 제한하지 않았다. 그러나 김 회장과 BNK금융은 당시 ‘낙하산 논란’으로 조직 전체가 흔들렸다는 이유로 김 회장이 취임한 다음 해인 2018년 차기 회장에는 외부 인사를 제한하고 내부 승계로 회장을 선출한다는 내용으로 경영승계 규정을 일부 수정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취임 전부터 ‘민주당 사람’으로 알려진 김 회장이 향후 정치적 견제 세력의 인사가 BNK금융이라는 지역 알짜 기업의 수장에 오르는 것을 막기 위해 규정을 수정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외부 인사를 제한하는 규정이 만들어졌을 때뿐만 아니라 해당 규정이 삭제된 현재에도 삭제 배경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의 압박과 내부 후계 구도의 변화 등이 해당 규정 삭제의 주된 원인으로 꼽혀진다.

실제, 지난달 국정감사를 전후해 정치권에서 BNK금융의 폐쇄적 인사 시스템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감 직후 금융감독원이 검사에 나서고 지난달 말 BNK금융 이사회에 “최고경영자 후보군을 계열사 인사로 국한한 승계 계획은 금융회사 지배구조법 등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의견서를 전달하면서 압박 강도가 커졌다.

여기에 국감에서 ‘BNK금융의 계열사가 김 회장의 자녀를 밀어줬다’는 의혹들이 잇따라 제기되고 이를 대상으로 금감원 검사도 이뤄지자, 김 회장이 심리적 압박감이 심해 금감원과 정치권의 요청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그동안 김 회장에 이어 내부 승계를 통해 차기 회장으로 유력하던 한 후보가 금감원 검사를 받은 계열사의 대표이다 보니, 김 회장이 부담감 탓에 차선책으로 외부 인사를 선택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편 그동안 내부 승계를 촉구하던 부산지역 시민단체와 노조는 이사회의 이 같은 결정에 대해 “내부 승계 원칙을 무시하고 ‘낙하산 인사’가 올 수 있다는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앞서 부산은행 노조는 내부승계 원칙을 고수할 것을 촉구하는 별도의 서한을 이사회에 보냈다. 노조는 전 임직원을 상대로 낙하산 반대 뜻을 모아달라고 호소했고 출근 인원의 97%인 2506명이 동의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BNK부산은행 노조 관계자는 “이번 결정으로 내부 승계 원칙이 깨졌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앞으로 이사회 결정을 면밀히 분석해 BNK금융이 외압이 휘둘리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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