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지역 주민 진짜 이야기 담고 재난 땐 사람을 살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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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희 연제FM 이사장

부산의 공동체 라디오 첫 주자
15일 ‘실용화 시범국’으로 시험 방송
내년 9월 개국 앞서 안테나 설치 모금

정경희 연제FM 이사장. 정경희 연제FM 이사장.

“사람을 살리는 기본 방송, 연제FM입니다.”

부산의 첫 공동체 라디오 연제FM의 정경희 이사장은 연제 공동체 라디오의 ‘캐치프레이즈’를 이렇게 설명했다. 공동체 라디오는 구 단위의 작은 공동체를 청취권으로 하는 소출력 지상파 라디오를 말한다. 연제FM은 지난해 7월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방송국 인가를 받았다. 이로써 연제FM이 부산의 첫 공동체 라디오가 됐다. 연제FM은 106.3㎒의 주파수를 부여받고, 내년 9월 개국을 목표로 박차를 가하고 있다.

광고 전공 초빙교수로 대학 강단에 서던 정 이사장은 2017년부터 지상파 라디오 시민 리포터로 활동하면서 라디오와 인연을 맺었다. 그 계기로 라디오의 매력에 빠졌지만, 한편으론 짧은 방송 시간이 늘 아쉬웠다. “사람들을 만나서 1시간 넘게 이야기를 듣는데, 방송에 나가는 건 6~7분이 전부예요.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생생하게 담을 수 있도록 시간이 넉넉하면 좋겠다’라고 생각했었죠.”

공동체 라디오는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된다. 연제FM은 연제구 지역 주민이 직접 제작하고 진행하고 출연한다. 그동안 미디어 주체에서 소외됐던 장애인, 어린이, 청소년, 노인도 직접 방송의 주체가 될 수 있다. 연제 공동체 라디오는 이들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작가 양성 과정, 재난리포터 교육 등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정 이사장은 “어느 단체의 대표나 회장이 아니라도 목소리를 내고 싶은 사람이 직접 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곳이 공동체 라디오”라고 설명했다.

연제FM이 부산의 공동체 라디오 첫 주자였기에, 매 순간이 도전의 연속이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사명감’이 그를 붙잡았다. “라디오는 사람을 살릴 수 있는 매체라 생각해요. 특히 공동체 라디오는 재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우리 지역의 상황을 가장 발 빠르게 알 수 있는 방송이죠.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 포기할 수가 없었어요.”

연제FM은 이달 15일부터 ‘실용화 시험국’ 형태로 시범 방송을 송출한다. 부산경상대의 시설을 활용해 106.3㎒로 방송을 내보낸다. 연제구 장애인들의 자립 생활을 돕기 위한 ‘셸 위 댄스’나 어린이와 청소년이 직접 제작하는 ‘우리 이제 놀자’ 다문화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 ‘반가워 연제야!’ 등 13개의 프로그램이 지역민을 만난다. 연제FM은 연제구와 부산진구, 동구, 영도구 일부에서 들을 수 있다.

연제 공동체 라디오는 내년 9월 개국에 앞서 연제FM의 안테나를 세우기 위한 시민 모금도 이어가고 있다. 정 이사장은 “공동체 라디오의 주체인 시민들이 안테나를 함께 세우면 그 의미가 더욱 클 것 같아 모금을 진행하게 됐다. 지역 주민의 이야기를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재난 상황에서 지역 주민의 생명을 살릴 공동체 라디오에 시민들의 관심을 부탁드린다”고 덧붙였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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