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도로 가족’ 정일우 “선물 같은 작품…새로운 도전 계속할게요”
가족과 고속도로 휴게소서 살아가는 ‘기우’ 役
깊고 폭 넓은 감정선…180도 달라진 ‘새 얼굴’
“연기할 때 가장 살아있는 걸 느껴…도전 계속”
배우 정일우가 영화 ‘고속도로 가족’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던 이 작품은 지난 2일부터 스크린에 걸렸다. 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영화 ‘고속도로 가족’ 속 배우 정일우는 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입체적이다. 한없이 맑은 미소와 절규와 분노의 눈빛, 상실의 아픔을 한 작품에서 모두 보여줘서다. 스크린 속 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관객은 자신도 모르는 새 작품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일우는 “오랜만에 선보이는 스크린 복귀작이라 일반적이지 않은 캐릭터를 하고 싶었다”며 “30대 중반에 만난 선물 같은 작품”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던 이 작품은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살아가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담는다. 정일우가 그린 ‘기우’는 이 가족의 가장이다. 휴게소에 들른 사람들에게 “2만 원만 달라”고 부탁한 돈으로 생계를 이어간다. 밤하늘을 이불로 덮고 휴게소 불빛을 조명 삼아 살아가던 기우의 가족은 한 여자를 만난 뒤 변한다. 정일우는 “캐릭터의 깊은 감정선을 유지하려고 촬영장에서 혼자 시간을 많이 보냈다”며 “촬영 전에 정신과 전문의를 만나서 캐릭터 이야기를 하는 등 고민을 많이 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이 결국 저를 기우로 만들어준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 컷. 영화사 설렘 제공
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 컷. 영화사 설렘 제공
그래서일까. 스크린 속 정일우는 이전과 180도 다르다. 캐릭터의 외형적인 모습은 물론이고 감정선의 깊이와 폭이 깊고 넓어졌다. 정일우는 “영화를 미리 보신 분들이 ‘정일우인지 몰랐다’고 말해 주셨다”며 “그런 말을 들으면 기분 좋고, 하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캐릭터 표현을 할 때 ‘기우의 허기진 마음’에 주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기우가 무언가를 먹을 때 단순히 음식을 먹는 게 아닌 그 누구도 채워줄 수 없는 마음을 채우려는 행위로 보였으면 했어요. 망가지는 건 걱정하지 않았어요. 연기할 때 캐릭터를 위한 거라면 그런건 하나도 두렵지 않아요.”
노숙인 분장 뒷이야기도 살짝 곁들인다. 정일우는 “수염이 많이 안 나는 편이라 두 달가량 수염을 길렀다”며 “머리도 장발로 할까, 히피 스타일로 할까 고민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독님이 의상을 동묘에서 직접 공수 해오셨다”며 “극 중 기우가 신는 신발은 20년 정도 된 제 신발인데 이번에 촬영하고 보내줬다”고 웃었다. “의상부터 분장 하나까지 감독님과 논의해서 잡았어요. 감정의 진폭이 큰 캐릭터라 작은 부분 하나에도 신경을 쓰려고 했죠.”
배우 정일우가 영화 ‘고속도로 가족’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부문에 초청됐던 이 작품은 지난 2일부터 스크린에 걸렸다. 9아토엔터테인먼트·제이원인터내셔널컴퍼니
영화 ‘고속도로 가족’ 스틸 컷. 영화사 설렘 제공
2006년 MBC 드라마 ‘거침없이 하이킥’으로 연예계에 데뷔한 정일우는 17년 동안 여러 작품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그는 “여전히 해보고 싶은 역할이 많다”며 “악역도 해보고 싶고 정말 지질한 캐릭터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 사극도 해보고 싶다”면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할 수 있는 유연한 배우라는 말을 듣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작은 바람을 곁들인다. “매 작품 열과 성을 다하는 편이에요. 데뷔 때부터 늘 작품을 대하는 초심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연기할 때 가장 살아있는 걸 느끼는 사람이거든요. 앞으로도 오래오래 연기하고 싶습니다.(웃음)”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