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여야 합의로 진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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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돼서는 안 돼
머리 맞대고 진실 밝히는 데 나서야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9일 오후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원내수석부대표(가운데), 정의당 장혜영 원내수석부대표(오른쪽),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9일 오후 '이태원 참사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 의안과에 제출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9일 이태원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세 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형편이라 본의회 보고, 특위 구성, 조사계획서 확정 등 이후 절차는 일사천리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요구서의 최종 처리는 오는 24일 국회 본회의에서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태원 참사에 대해서는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사과의 뜻을 밝힌 바 있고, 정부도 고집하던 ‘사고’와 ‘사망자’라는 표현을 ‘참사’와 ‘희생자’로 바꿔 공식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남은 일은 비극의 원인을 밝힘으로써 희생된 영혼들을 위로하는 것이다. 국정조사가 그래서 필요하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야당의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고 밝히는 등 여권은 아직은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측근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 압박이 최근 거세지자 민주당이 이 대표 보호 방편으로 국정조사를 들고 나온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공식적으로 국민의힘은 경찰 수사가 먼저라는 입장이다. 지금 진행 중인 수사 결과를 기다려 보고 결정해야지 아직은 국정조사를 논할 단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삼풍백화점 붕괴, 세월호 침몰,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재난 때 수사와 국정조사가 동시에 실시된 점을 고려하면 이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하겠다.

더구나 현재 경찰의 수사에 대해서는 이른바 ‘셀프 수사’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비록 독립적인 특별수사본부를 통해 진행된다고는 해도, 이미 경찰의 참사 대응에 여러 문제점들이 드러난 상태에서 그 책임을 져야 할 자기 식구를 제대로 수사할 수 있겠냐는 비판이다. 정부가 경찰 선에서 문책의 꼬리를 자르려 한다며 불신의 눈초리를 보이는 이도 많다. 설사 경찰의 수사가 제아무리 불편부당하다 해도 수사는 어디까지나 형사적 책임의 여부와 소재를 따지는 데 한정될 뿐이다. 정치적·도의적 책임을 묻고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며 재발 방지를 위한 법적·제도적 대책을 마련하는 일과는 거리가 멀다.

국정조사는 사회의 중요 현안에 대해 진상 규명에 나설 수 있도록 법이 규정한 국회의 고유 권한이자 의무다. 150명이 넘는 무고한 젊은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를 조사하지 않는 국회라면 그런 국회가 존재해야 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국정조사는 정쟁의 수단으로 악용돼서도 안 되며 성역 없이 진행돼야 한다. 여야가 서로를 헐뜯으며 국론 분열을 초래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그리 되려면 여야의 합의가 필수다. 지금 국민은 진실을 명명백백하게 밝힐 것을 정치권에 요구하고 있다. 여야는 머리를 맞대고 그런 국민의 명령을 어떻게 완벽히 수행할지 고민해야 한다. 국회 본회의가 24일이니 합의의 시간은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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