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대장동 내부 결재 라인”… 검, 최측근 옥죄며 이재명 정조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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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사업 인허가 과정에 도움 줘
민간업자로부터 ‘금품수수’ 혐의
검찰, 김용 등 ‘최측근 고리’ 활용
이 대표와의 연관성 규명에 박차

9일 검찰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검찰 관계자들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최측근인 정진상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의 사무실이 있는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검찰이 김용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구속기소한 데 이어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섰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최측근 2명을 사정권 안에 넣으면서 검찰의 칼끝이 이 대표의 턱밑까지 치닫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장동 업자들과 유착 관계”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실장의 압수수색 영장에 기재된 죄명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과 부패방지법 위반이다. 정 실장은 위례·대장동 사업 추진 당시 성남시 정책보좌관과 정책실장을 지내며 내부 결재 라인에 포함돼 있었다. 검찰은 정 실장이 이런 지위에서 알게 된 개발 사업 관련 비공개 정보를 민간사업자들에게 흘리거나, 각종 인허가 과정에 도움을 줘 수천억 원의 이익을 챙기도록 했다고 보고 있다. 그 대가로 정 실장이 민간사업자들로부터 2014∼2020년 모두 1억 4000만 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주장이다. 검찰은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0년 무렵부터 형제처럼 지내며 대장동 민간사업자들과 유지한 유착 관계를 금품 수수의 배경으로 본다. 이들 3명이 민간업자들에게 사업상 특혜를 주고 그 대가로 대장동 개발 수익 일부를 나눠 갖기로 약정했다는 것이다.

대장동 사업 진행 과정에서 민간의 과도한 이익을 제한하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이 삭제되면서 민간사업자들은 대주주인 공사의 배당액(1830억 원)보다 훨씬 많은 4040억 원을 배당받는다. 민간사업자 중 지분이 가장 많은 사람은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 씨다. 그는 민간사업자 지분 가운데 약 49%를 자신과 가족의 명의로 소유했다.

검찰은 최근 조사와 재판 과정에서 김 씨 지분의 절반인 24.5%가 실제로는 이 대표 측 지분이라는 진술을 남욱 변호사 등에게서 확보했다. 김 씨 앞으로 된 천화동인 1호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지분이 포함됐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정 실장의 뇌물 액수는 향후 수사 과정에서 늘어날 공산이 있다. 지난해 1차 수사 과정에선 이 지분 24.5%가 유 전 본부장 몫이라는 결론이 났다. 김 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중 700억 원을 유 전 본부장 몫으로 보고 428억 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모의한 내용 등이 근거가 됐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받기로 한 몫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지분도 들어 있다고 의심한다. 정 실장 등이 대장동 사업의 배당이 본격화한 2020년 9월부터 민간사업자 측에 수익금을 달라고 여러 차례 요청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만일 정 실장 등이 민간업자들에게 특혜를 주고 대가로 거액을 받기로 약속했다면 이 역시 뇌물죄로 처벌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이미 뇌물 혐의로 기소돼 있다. 검찰은 2014년 유 전 본부장이 정 실장과 김 부원장에게 각각 건넨 5000만 원과 1억 원의 출처도 확인하고 있다. 정 실장이 유 전 본부장을 입막음하려고 증거인멸을 교사했다는 의혹도 검찰 수사 대상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일주일도 안 된 휴대폰 버리라고 XX해 가지고, 내가 휴대폰 버렸다가 난리가 나고”라며 정 실장 지시에 따라 휴대전화를 창문 밖으로 던졌다고 주장했다.

■이재명도 관여했나…검찰 정조준

이 대표가 성남시장이던 시절부터 최측근이었던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이 연이어 강제수사 대상이 된 만큼 이 대표와 연관성을 규명하는 수사가 조만간 속도를 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측근 두 명의 금품수수를 고리로 이 대표와 관계를 본격적으로 파헤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검찰은 김 부원장을 기소하면서 남 변호사, 정 변호사, 유 전 본부장 등에 대해선 ‘공범’이라는 표현을 썼지만 이 대표에 대해선 공범으로 적시하지 않았다. 다만 공소장에는 김 부원장이 수수했다는 돈의 성격을 설명하기 위해 이 대표를 수십 차례에 걸쳐 언급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이 대표의 대선 경선 자금 명목으로 돈을 요구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김 부원장은 2020년 7월부터 ‘이재명 경선 캠프 조직화 방안’을 짜고 관련 회의 내용을 정 실장 등과 공유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받은 돈을 실제로 이 대표 선거자금에 사용했는지, 이 대표가 이를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를 파악하고 있다.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비리의 몸통이라는 의혹도 제기된다. 최근 유 전 본부장과 남 변호사 등은 대장동 사건 재판에서 사업의 최종 결정권자로 이 대표를 지목했다. 남 변호사는 나아가 김 씨 소유의 천화동인 1호에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 외에 이 대표의 지분도 포함됐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건은 김 부원장이나 정 실장이 추후에라도 입을 여느냐 여부다. 법조계나 정치권에선 두 사람이 이 대표와의 개인적 관계가 깊어 끝내 묵비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정 실장과 김 부원장은 검찰의 공소 제기가 허구나 소설에 가깝다며 혐의 자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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