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을 방법 없고, 방치도 못 하겠고… 답답한 국힘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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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의회주의 볼모 이재명 살리기”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국회 본회의에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요구서가 보고되는 가운데, 국민의힘에서는 복잡한 심경이 감지된다. “주어진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의회독재를 저지하겠다”며 국정조사를 막기 위해 ‘결사항전’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사실상 저지 수단은 마땅치 않은 까닭이다. 그렇다고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국정조사를 방치할 수도 없는 만큼 고심은 더욱 깊어질 전망이다.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요구서가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회의에 보고될 예정이다. 앞서 민주당, 정의당, 기본소득당 야 3당은 전날(9일) 의안과에 국정조사 요구서를 제출한 바 있다. 국정조사는 국회 재적 의원 4분의 1이상인 75명이 찬성하면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보고해야 한다.

야 3당은 오는 2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이를 처리한다는 방침인 가운데 국민의힘은 보고 당일인 이날까지도 강한 반발을 이어갔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회의에서 야당의 국정조사 요청에 대해 “의회주의를 볼모로 한 이재명 살리기”라며 “대장동 그분을 지키는 게 더불어민주당의 존재 이유냐”고 힐난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수사권을 갖다 맡긴 경찰을 못 믿겠다면서 국정조사를 요구하고 있다”며 “수사권도 없는 국정조사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내서 고래고래 소리 지르고 끝날 게 훤히 보인다”고 말했다.

이처럼 여당이 강하게 비판하고 있지만 야 3당은 시간표에 맞춰 국정조사를 강행할 계획이다. 오는 24일 본회의 전까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국정조사 요구서를 통과시켜 야당 의원들로만 구성된 조사위원회를 발동시킨다는 방침이다. 국회의장은 국정조사를 실시할 특별위원회나 상임위원회를 구성할 수 있는데, 국정조사 참여를 거부하는 교섭단체는 특위에서 제외할 수 있다.

민주당과 정의당, 기본소득당이 이같은 절차를 밟을 경우 사실상 국민의힘이 이를 저지할 수 있는 수단은 없다. 국정조사는 재적 의원 과반 동의로 처리할 수 있어 169석의 민주당만으로 단독 처리가 가능하다.

특히 전날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검찰의 대대적인 압수수색으로 여야 대립은 더 첨예해진 까닭에 일말의 협상 가능성마저 사라진 상황이다.

이에 결국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결국 국정조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조사가 야당 주도로 진행되면 윤석열 정부 방어 자체가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그간 “필요하다면 국정조사를 배제하지 않겠지만, 지금은 국정조사를 할 때가 아니다”라며 국정조사 참여 가능성을 시사해오기도 했다.

또한 국정조사 참여 여부를 두고도 여야가 가파른 대치 전선을 그릴 경우 내년도 예산안의 법정기한(12월 2일) 내 처리 또한 불투명해지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각에선 이날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에 보고되면 국민의힘에서 전략을 바꾸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정조사 요구서가 본회의를 통과하는 오는 24일까지 의원총회를 비롯, 선수별 모임 등을 통해 총의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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