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인드 면접인데 "대기업 출신이라 잘할 것"…부산교육청 '채용 비리' 공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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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면접관들에 "대기업 출신이라 업무 처리 잘할 것"
연필로 먼저 매긴 뒤 수정하는 '가평정'도 제안
유족 "면접관들이 블라인드 면접 취지 완전히 뭉게"

올 7월 부산시교육청 주차장에서 개최된 부산시교육청 공시생 사망 1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이 아들을 향한 편지를 읽고 있다. 부산일보 DB 올 7월 부산시교육청 주차장에서 개최된 부산시교육청 공시생 사망 1주기 추모식에서 유족이 아들을 향한 편지를 읽고 있다. 부산일보 DB

지난해 부산시교육청 지방공무원 임용시험에서 불합격한 뒤 억울함을 호소하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공시생 사망사건과 관련해 면접관이었던 시교육청 공무원이 채용 청탁 의혹이 드러난 또 다른 면접조에서 다른 면접관들에게 블라인드 면접임에도 특정 응시생을 언급하며 “대기업 출신이라 업무 처리를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 김병진 판사는 10일 오후 공무상 비밀누설 등 혐의로 기소된 시교육청 공무원 A 씨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이날 공판에는 임용시험에 함께 면접관으로 참여했던 부산시청 소속 공무원 B 씨, A 씨와 같은 팀에서 근무하는 시교육청 직원 C 씨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B 씨는 “건축직 응시 면접이 끝난 쉬는 시간에 피고인 A 씨가 응시생 둘을 지칭하며 한 명은 발표를 잘하더라고 하고, 또 다른 한 명은 대기업 출신이라 뽑아 쓰면 일을 잘할 것 같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검사가 “블라인드 면접이었는데 대기업 출신이라는 건 어떻게 알았냐”고 묻자, B 씨는 “피고인이 그렇게 말했을 뿐이지, 내막은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대기업 출신으로 언급된 응시생은 전 교육지원청장의 사위로 채용 청탁 의혹의 대상이 되는 인물이다.

B 씨는 1교시 면접 전 쉬는 시간에 A 씨가 펜이 아닌 연필로 먼저 점수를 매기고 나중에 수정하는 ‘가평정’을 제안했고 면접관들이 이를 받아들였다고도 했다. 앞서 경찰은 면접관들이 A 씨와 공모해 애초 평가와는 달리 특정 응시생에게 면접 ‘우수’ 등급을 몰아준 혐의가 있다며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B 씨는 연필로 하는 가평정이 이례적인 방식은 아니며, 과거에도 종합적인 평가를 위해 가평정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검찰 측은 2021년도 실시된 임용시험 면접에서는 가평정을 하지 말라는 사전 지침이 있었다고 밝혔다.

A 씨와 같은 팀에서 일하는 직원인 C 씨는 동료 직원의 부탁을 받고 A 씨에게 “면접위원으로 들어가는 것이 맞느냐”고 물었다고 진술했다. C 씨는 전 교육지원청장의 부하 직원이었던 이 동료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특정 응시생이)명문대를 나왔고 대기업 출신인데 잘 봐달라고 하더라”고 A 씨에게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사망한 공시생의 유족 측은 “면접관들이 기억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고 하며 진술을 계속 번복하고 있어 사건의 진상을 감추려고 한다”며 “또 특정 응시생에게만 쉬운 질문을 하는 등 블라인드 면접의 취지를 완전히 훼손했다”고 말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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