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파열하면 치명상… ‘골든타임 공식’ 안 통하는 뇌동맥류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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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혈관이 풍선처럼 부푸는 질환
터지면 손 쓸 새 없이 생명 위협
클립 결찰술·코일 색전술로 치료
고혈압·당뇨·고지혈증 조심해야

부산의료원 뇌혈관센터 의료진이 뇌동맥류 환자에게 코일 색전술을 시술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부산의료원 뇌혈관센터 의료진이 뇌동맥류 환자에게 코일 색전술을 시술하고 있다. 부산의료원 제공

50대 주부 A 씨는 평소 어지럼증이 지속적으로 반복돼 병원을 찾아 신경과 진료를 받았다. MRA(자기공명혈관촬영) 검사에서 다른 이상 소견은 없었지만, 뜻밖에도 뇌동맥류 진단을 받았다. A 씨는 뇌동맥류를 방치하다 파열되면 뇌출혈로 이어져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신경외과 전문의의 조언에 따라 뇌혈관 조영술 후 뇌동맥류 코일 색전술을 받았다.

뇌혈관이 부풀어 오르는 뇌동맥류는 파열하면 둘 중 한명은 사망에 이르는 아주 위험한 질환이다. 올해 5월 유명을 달리한 영화배우 강수연이나 지난 7월 사망한 서울아산병원 간호사도 뇌동맥류 파열에 의한 뇌출혈이 원인이 됐다. 특히 뇌혈관 파열은 ‘골든타임 공식’이 무색할 만큼 미처 손 쓸 겨를도 없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는 경우가 허다하다.


■터졌다 하면 둘 중 한명은 사망

뇌동맥류는 뇌 내의 혈관 특히 동맥혈관의 일부분이 마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한다. 뇌동맥은 뇌로 혈액을 공급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혈압 변화에 따라 늘었다 줄었다를 수시로 반복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뇌동맥류는 터져서 뇌출혈, 즉 지주막하 출혈이 생기기 전까지는 증상이 없다. 터지지 않고 진단이 되는 경우는 보통 두통이나 어지럼증 등의 증상으로 CTA(컴퓨터단층혈관촬영)나 MRA를 찍어보거나, 건강검진을 받을 때 머리 MRA 등을 추가해서 검사한 뒤에 우연히 발견되는 것이 대부분이다.

뇌동맥류가 발견 됐다면 반드시 치료를 해야 할까? 부산의료원 뇌혈관센터 김수희 센터장은 “뇌동맥류는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며 “사람에 따라 그 폭탄이 운 좋게 평생 안 터지는 이도 있고, 발견되기 전에 터지는 이도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라는 폭탄은 만약 터지게 되면 사망률이 50%에 육박할 만큼 굉장히 높고, 다행히 산다고 하더라도 뇌손상을 입고 누워 지내거나 타인의 도움을 받아 일상생활을 해야 될 가능성이 높다.

그는 “신경외과 의사로서는 이 위험한 폭탄을 꼭 제거하라고 권유하고 싶다”며 “실제 환자 중 뇌동맥류가 발견 돼 다음 주에 치료가 예정돼 있었는데 입원 전날 터져서 응급실로 오신 분도 있다”고 말했다.

뇌동맥류는 위치와 크기에 따라 위험도가 다를 수도 있다. 뇌동맥류는 뇌동맥의 어디든 생길 수 있지만, 상대적으로 더 잘 터지는 부위가 있다는 것이다. 머리 바깥의 뇌동맥류의 경우 크지 않다면 치료를 하지 않고 두기도 한다. 머리 안이 아니라면 터질 위험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크기에 따라서도 차이가 나는데 큰 동맥류가 더 잘 터진다. 작은 동맥류는 잘 터지지 않지만, 치료도 어렵다. 결국 뇌동맥류가 발견 됐을 때 즉각적인 치료 여부는 크기와 위치를 고려해 뇌혈관 전문의와의 상담을 통해 결정하는 것이 좋다.


■클립 결찰술·코일 색전술로 치료

MRA나 CTA에서 뇌동맥류가 발견된다면, 통상 뇌혈관 조영술을 받는다. 뇌혈관 조영술은 대퇴동맥을 통해 뇌혈관까지 관을 삽입해 조영제를 투여한 뒤 X선을 촬영해 조영제의 흐름에 따라 뇌혈관의 이상 유무를 직접적으로 볼 수 있는 검사다. MRA나 CTA 등은 혈관을 직접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기계를 이용해 뇌혈관을 만들어서 보여주는 방식으로 검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정확한 혈관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하면 혈관의 정확한 위치와 모양, 주위 혈관과의 상관관계를 파악해 뇌동맥류의 치료 방법을 결정할 수 있다.

뇌혈관 조영술을 시행했다면 동맥류의 크기, 위치, 모양과 환자의 나이, 동반 질환, 건강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법을 결정하게 된다. 치료에는 크게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는 수술을 통해 두개골을 열어 뇌혈관을 직접 보면서 뇌동맥류의 경부(잘록한 부분)에 ‘클립’이라는 기구로 묶어 파열 위험을 없애는 클립 결찰술이다. 두 번째는 혈관을 통해 뇌 안의 동맥류에 관을 넣어 동맥류로 혈류가 들어가지 않도록 실처럼 가는 코일을 이용해 동맥류 내부를 채워 넣는 코일 색전술이다.

김수희 센터장은 “각 치료법마다 장단점이 있고, 치료 가능한 적용 범위가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치료법이 낫다고 말할 수 없다”며 “환자의 상태 및 뇌동맥류의 특징에 따라 뇌혈관 전문의가 판단해 최적이라고 생각되는 치료법을 선택하게 된다”고 말했다.


■고혈압·당뇨 치료와 금연 필수

뇌동맥류 치료에 통용되는 약물 치료 방법은 없다. 수술이나 시술을 통해 폭탄이 터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치료 방법이다.

다만 뇌동맥류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예방법은 있다. 뇌혈관 벽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는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 흡연, 고지혈증을 조절한다면 뇌동맥류가 생기는 것 뿐 아니라 일단 발생했을 때 파열될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특히 고혈압이 있거나 흡연을 하는 환자는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파열 위험성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동맥류가 걱정된다면 고혈압 치료와 금연은 필수라는 얘기다.

김수희 센터장은 “뇌동맥류가 발견됐다면 그 자체를 행운으로 생각해야 한다”며 “이는 우리 몸에 폭탄이 내재돼 있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터지는 불상사가 발생하기 전에 대처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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