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미 IRA 최소 9개 항목 국제 통상법 위반 소지”
‘전기차 보조금’ 단체 행동 예고
조르자 멜로니 신임 이탈리아 총리(왼쪽)가 3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EU) 본부에서 샤를 미셸 EU 이사회 상임의장에게 환영을 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과거 EU에 대해 부정적 발언을 서슴지 않던 멜로니 총리가 첫 해외 방문지로 브뤼셀을 택한 것은 그 자체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국제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단체 행동을 예고했다. 각국의 반발과 함께 중간선거로 미국 정치 지형에 변화가 생기면서 IRA이 수정될지 관심이 쏠린다. IRA은 일정 비율 이상 미국에서 제조된 배터리·핵심 광물을 사용한 전기차에게 최대 7500달러의 보조금을 주도록 규정한다. 조건 미충족으로 보조금 수혜 대상에서 제외된 한국과 EU 등은 반발해왔다.
9일(현지시간) 미 CNBC방송에 따르면 EU는 전기차 보조금 조항 등 IRA의 최소 9개 항목이 국제 통상법을 위반한 것으로 본다. 특히 전기차 세액공제 조항은 다른 나라 수입품을 자국산 또는 특정 국가 수입품과 차별 대우하는 것을 금지하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과 보조금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EU는 IRA 피해를 막기 위해 연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미 CNBC에 따르면 EU 27개국 재무장관은 전날 IRA이 유럽 차원에서 우려의 대상이며 최선의 대응이 무엇인지 찾을 필요가 있다는 데 동의했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원회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지난 8일 “EU는 미국의 가까운 동맹국으로서 멕시코·캐나다와 비슷한 위치에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IRA은 캐나다, 멕시코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의 경우 자국산으로 여겨 보조금 혜택을 준다.
EU 재무장관들의 더 강한 단결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 소식통은 CNBC에 “(재무장관 간)대화가 매우 깊지 않다”면서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경부 장관이 다른 EU 회원국들에 IRA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 프레드릭 에릭손 소장은 EU가 IRA 문제를 WTO를 통하기보다는 양자 간 협상으로 해결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미국과 EU는 IRA의 전기차 보조금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매주 논의한다.
한편 한국 정부도 현대·기아 전기차가 IRA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되자 지난 4일 미 행정부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대응에 나섰다. 이승훈 기자·일부연합뉴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