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깨어나는 가야사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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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부장

가야는 엄연히 존재했지만 오랜 시간 동안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다. 고구려, 백제, 신라 위주의 공고한 삼국 역사관 때문에 가야 연맹의 많은 나라들은 잊힌 존재가 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역사학계 등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가야의 역사를 깨우고 또 깨우기 위해 지난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렇게 가야는 봉인된 얼개를 풀고 제국의 본모습을 서서히 보여 주고 있다.

〈부산일보〉는 그동안 가야사 복원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이어 왔다. ‘잠든 왕국’ 가야의 문을 열어 일반에 알리게 된 큰 계기는 소설가 최인호의 가야역사 추리소설 〈제4의 제국〉이었다. 본보는 2004년부터 16개월에 걸쳐 지면에 이 소설을 345회 연재하며 가야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 확대를 촉구했다. 〈제4의 제국〉은 2006년 책으로 묶여 출간되었고, 뮤지컬 영화 드라마로 제작되며 가야 열풍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금관가야의 유지를 물려받은 김해시 등을 중심으로 가야사를 복원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있었다. 특히 직전 정부의 국정과제에 포함된 ‘가야사 연구 복원 사업’에 총 3005억 원이 지원되면서 가야사 복원은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본보는 2017년 일본과 인도를 현지 취재한 기획기사 시리즈인 ‘잊힌 왕국 가야를 깨운다’ 등을 통해 가야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확장시키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이번에 〈부산일보〉는 가야사 복원 사업이 근년 들어 한층 활발해진 점 등을 감안해 가야사를 전체 맥락 속에서 정리하는 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최근 연재를 시작한 기획기사 시리즈인 ‘깨어나는 가야사’가 그것이다. 이 시리즈는 기원전 가야의 서막을 연 늑도 교역에 이어 포상팔국 전쟁, 전기가야와 왜의 관계 등에 대해 3회까지 지면에 게재된 상태다. 향후 총 15회의 시리즈를 통해 금관가야, 고구려 남정에 의한 가야 연맹의 타격, 일본 3왕조 교체설에 이어 후기 가야가 새롭게 편성되는 격동의 5세기 역사, 아라가야, 소가야, 비화가야, 대가야, 호남동부지역에 존재했던 가야 등에 대한 그간의 연구 성과를 알릴 예정이다. 왜계 고분과 가야의 멸망 과정, 그리고 가야가 남긴 역사적 정체성에 대해서도 다룰 계획이다.

과거는 현재를 만들고, 현재는 미래를 만든다. 동아시아의 주역인 가야의 찬란한 역사를 복원하는 것은 우리의 미래를 일구는 작업이기도 하다. 지속적인 지원과 연구 노력을 통해 마침내 온전히 복원된 가야 제국의 진면목을 대면할 그날을 기다린다. 천영철 문화부장 cyc@busan.com


천영철 기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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