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문학이 죽었다고… “문학은 살아 있다”는 역설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 / 문지원 강창래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과 진실〉은 독특한 질문과 관점으로 세계문학 전체 흐름을 살펴보는 책이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문학이 죽었다는 소문의 진실은 뭔가’라는 질문과 관점이 그것이다.
1장은 특이하게 ‘채털리 사건’을 다루고 있다. D H 로렌스의 소설 〈채털리 부인의 연인〉은 노골적인 섹스 장면을 담은 문제작이다. 이걸 문학으로 볼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이다. 요컨대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다. 문학은 원래는 지배층 소유물이었다. 그러다가 산업혁명기에 들어서면서 삶의 가치와 인간에 대한 통찰이 담긴 것으로 변했다. 향유층이 확대한 것이다. 그것을 범상하게 말하면 문학은 질 좋은 교육을 받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값싼 교양교육의 도구였다는 것이다.
근대 이후 문학이 그랬는데 책은 프랑스 영국 미국 러시아, 각국 문학을 개별적으로 세심하게 살핀다. 프랑스 문학에서는 소설가 발자크 스탕달 플로베르, 시인으로 보들레르 베를렌 랭보 말라르메 발레리를 다룬다. ‘바람이 인다. 살아야겠다’라는 발레리의 유명한 구절은, 문학이 삶이었던 마지막 프랑스 상징주의자가 삶에게 문학을 돌려주었던 대표적 한 마디였다고 말한다.
그다음 책은 모더니즘 시인과 모더니즘 소설들, 그리고 미국의 모더니즘을 다룬다. 엘리엇에게 예술은 철학사상을 조리 있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지성의 종합 행위’였다고 한다. 그것이 모더니즘의 한 모습이다. 모더니즘 이후 현대 문학이론은 자못 복잡해진다. 해석학 정신분석학 해체론까지 내달려왔기 때문이다. 인간은 언어로 구성된 존재, 라는 정의 등이 난무한다.
저자는 묻는다.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은 새로운 문학의 국면을 열어젖혔고, 그 국면 속에 문학의 죽음에 대한 소문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소문에 불과했다. 문학이 죽었다는 소문을 통해 문학은 살아있다는 것이다. 강창래 지음/교유서가/355족/2만 2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