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자금성 옛 물건 하루 5점씩 보면 1000년 걸려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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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성의 물건들 / 주용

1925년 개관한 베이징 고궁박물원은 규모 면에서나 소장품 수에서 현존 박물관 중 최고를 자랑한다. 자금성의 다른 이름은 베이징 고궁박물원이다. 그곳 시청각연구소에서 근무하는 주용은 고궁 관련 저서 12권을 펴낸 학자이기도 하다.

그의 설명을 듣다 보면 전시실에서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던 그릇과 그림, 가구와 옷들이 먼지를 털고 일어나는 것처럼 다가온다. 〈주용의 고궁 시리즈 1-자금성의 물건들〉은 소장품 186만 점 중 가장 우수한 물품을 18 주제로 나눠 설명하는 책이다. 하나라부터 청나라까지 전해오는 수많은 유물 중에 그가 과연 무엇을 독자에게 선보이는지도 흥밋거리이다.

상나라와 주나라의 청동기, 진나라의 병마용, 한나라의 죽간, 당나라의 삼채, 송나라의 자기, 명나라의 가구, 청나라의 의복 같은 진품들은 그 시대의 눈부신 미학과 공예의 증거품들이다. 청나라 궁중 여인들의 일상복인 ‘창의’는 겨울로 접어드는 요즘 봄날을 맞은 듯한 느낌을 안긴다. 저자는 궁중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우는 곳은 어화원이 아니라 후비들의 봄옷이라고 표현한다. “여성들이 자신의 생명을 꽃으로 해석한 것인지, 자신의 생명으로 꽃을 기른 것인지 모르겠다”는 감상을 남긴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여인들의 옷이 눈앞에 아른거린다.

모든 왕조가 나름의 기질을 가지고 있다. 상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힘과 예측할 수 없는 변화로 가득 차 있었다. 한나라가 남성이라면, 당나라 때는 여성의 형상이 두드러진다. ‘채색한 도기 여성 인형’은 중국 문명의 비너스이자 당 제국의 요염한 풍격을 대표한다.

저자는 “고궁의 옛 물건을 하루에 5점씩 보면 전부 만나는 데 1천 년이 걸린다”라고 말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매년 전시하는 유물 수가 전체의 0.6%에 불과하단다. 주용 지음/신정현 옮김/나무발전소/356쪽/2만 2000원.


이준영 선임기자 gap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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