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 대학, 아프리카에 있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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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넓은 세계사 / 이희수 외

서구 중심 탈피… 인도 등 6개 지역 역사
고탄소강 제작 남인도인 얘기 흥미로워

역사는 끊임없이 다시 써야 한다. 〈더 넓은 세계사〉도 그 작업의 하나다. 기존 세계사는 서구 편파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교과서가 채우지 못한 3분의 2의 역사’를 서술한다며 아프리카, 서아시아, 중앙아시아, 인도, 동남아시아, 라틴아메리카, 6개 지역에 대한 역사를 썼다.

이 책은 15년 걸린 작업 성과물이라고 한다. 6개 지역의 대강은 다음과 같다. 아프리카는 가장 오래되면서 가장 젊은 대륙이며, 서아시아는 인류 문명의 시험장이라고 한다. 중앙아시아는 동서 세계의 중심이며, 인도는 공존과 병존의 역사를 지닌 곳이라고 한다. 동남아시아는 대륙과 바다의 징검다리이며, 라틴아메리카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단일 문화권이라는 것이다. 이 책은 각 대륙과 지역을 총괄하는 통(通) 역사를 펼친다.


동남아시아 경우, 2갈래의 민족 이동이 있었다고 한다. 하나는 5000년 전부터 타이완에서 동남아시아 섬들로 확산한 흐름이고, 다른 하나는 1000년 전 중국 남부에서 인도차이나 반도로 이동한 흐름이다. 희한하게도 동남아시아 대륙은 불교 문화권이고, 섬들의 세계인 도서는 이슬람 문화권으로 나뉜다. 동남아시아 3가지 문화 중 토착 문화는 여성 역할을 중시했으며, 중국 문화의 영향은 베트남에 국한됐으나 인도 문화의 영향은 대부분 지역에 걸쳐 있다. 넓게 퍼진 이슬람 문화는 인도를 통해 들어온 것이다.

인도는 역사적으로 패배가 점철됐으나 끈기 있게 살아남은 하나의 문명권이다. 이슬람 지배 600여 년, 영국 지배 200여 년을 이겨내고 불사조처럼 날아올랐다. 인도 역사는 갖은 시련을 극복하고 자연환경의 한계를 넘어선 인간의 장대한 기록 그 자체라고 한다. 재미난 사례 하나는 녹슬지 않는 고탄소강을 서기전 6세기 남인도인들이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류가 발원한 아프리카도 새롭게 볼 수 있는 관점이 상당하다. 통상 아프리카를 문자가 없는 사회라고 한다. ‘기억의 역사’에 의지해 ‘기록의 역사’를 갖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를 새롭게 봐야 한다. ‘기록의 역사’는 일부 계급과 권력이 독식하기 일쑤였다는 것이다. 반면 ‘기억의 역사’는 수백 수천 년간 기억과 공감으로 전해지는 축적과 전승의 역사로, 전체 사회 구성원이 다 함께 공유하던 역사라는 것이다. 그런 관점으로 아프리카 역사에 새롭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세계 최초 대학이 아프리카에 있었다고 한다. 11세기 초 이탈리아 볼로냐대학, 영국 옥스퍼드대학보다 앞선 970년께 이집트 카이로에 알아즈하르대학이 들어섰다는 것이다.

중앙아시아 몽골 제국의 경우, 칭기스칸 사후 4개 칸국으로 분열됐다고 통상 말하는데 최근에는 4개 칸국 체제를 연방제 국가로 새롭게 본다고 한다. 일부러 누락시키고, 편견으로 보고, 아예 거들떠보지 않은 주변의 역사를 더 넓은 세계사의 안목으로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의도다. 이희수 이평래 이옥순 조흥국 서성철 정혜주 노용석 지음/삼인/516쪽/2만 8000원.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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