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본, ‘보고서 삭제’ 경위 조사 SNS발 의혹 ‘각시탈’도 살핀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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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인파 위험 문서 삭제 지시 혐의
용산서 정보과 직원 조사 마쳐
‘바닥에 오일 뿌렸다’ 실태 파악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0일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상황실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중대본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를 수사 중인 경찰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가 서울 용산경찰서 정보과 소속 정보관들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면서 핼러윈 기간 안전 위험 보고서 삭제에 대한 윗선 은폐·지시 의혹을 살펴보고 있다. 이어 특수본은 아보카도 오일을 골목 바닥에 뿌렸다는 의혹이 제기된 ‘각시탈’ 착용 시민에 대해서도 면밀히 조사한다는 방침이다.


10일 특수본은 지난달 26일 핼러윈 기간 안전을 우려하는 내용의 정보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과 함께 근무한 동료 정보관들을 이날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특수본은 해당 보고서를 작성한 정보관에 대한 참고인 조사를 마쳤고, 관련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수본은 참사 발생 이후 이 보고서를 사무실 PC에서 삭제하게 하고 이 과정에서 직원들을 회유·종용한 혐의(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증거인멸·업무상 과실치사상)로 용산경찰서 정보과장과 계장을 입건해 수사 중이다.

특수본은 해당 정보관이 보고서를 작성한 경위와 보고서 파일이 삭제되는 과정에서 부당한 지시나 회유·강압 등이 있었는지 등을 파악할 계획이다. 또 박성민 서울경찰청 공공안녕정보외사부장이 보고서 삭제에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박 부장은 용산서를 포함해 일선 경찰서 정보과장들이 모인 메신저 대화방에서 “감찰과 압수수색에 대비해 정보보고서를 규정대로 삭제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박 부장을 수사의뢰했다. 특수본은 당사자들의 진술을 받은 뒤 박 부장의 입건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용산구청을 향한 수사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수본은 용산구청 직원들도 참고인으로 불러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조사했다. 박 구청장은 핼러윈 기간 안전사고 예방대책 마련에 소홀했고 참사에 부적절하게 대처했다는 혐의 등으로 입건돼 수사받고 있다. 특수본은 올 4월 용산구청이 통과시킨 ‘춤 허용 조례’와 관련해 박 구청장에게 추가로 적용할 혐의가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 조례에 따라 이태원 골목 일대 업소에 인파가 붐벼 참사 피해가 커졌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한편 특수본은 이른바 ‘각시탈 시민’에 대해서도 참사 당일 동선과 행적을 파악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밤 이태원 골목길 바닥에 아보카도 오일을 뿌려 사람들을 미끄러지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은 앞서 이들이 들고 있던 병이 아보카도 오일이 아닌 ‘짐빔’이라는 술이라고 밝혔지만, 의혹이 거센 만큼 더욱 면밀히 조사해보겠다는 입장이다. 특수본 측은 “명확한 참사 경위 규명을 위해 관련된 사실관계를 촘촘하게 살펴보고 있다”며 “SNS상에서 제기되는 의혹이라도 빠짐없이 확인하려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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