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끼임 2회’ 농심 공장, 중대재해법 제외?
사상구 농심 라면 제조 공장
올 2월 이어 이달 또 산재 중상
‘사망·2명 부상’ 등 적용 요건 탓
처벌 대상 미해당 사고 되풀이
범위 확대 등 보완 필요 지적
농심 라면 부산 공장. 부산일보DB
부산의 한 식품 공장에서 9개월 간격으로 유사한 끼임 사고가 발생했지만 중대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업은 처벌 대상에서 비껴갔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실질적인 산업재해 방지 효과를 내려면 보다 구체적인 안전 대책이 더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고용노동부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오전 5시께 부산 사상구 농심 라면 제조 공장에서 야간작업 중이던 20대 여성 노동자 A 씨가 냉각기에 오른팔이 끼어 중상을 입었다. 냉각기는 라면 제품의 포장 전 냉각을 담당하는 설비다.
올 2월에도 부산 농심 공장에서는 한 직원이 냉각기에 팔이 끼이는 사고가 일어났다. 같은 공장에서 9개월 만에 유사한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고용노동부 조사 결과 당시 농심 공장의 냉각기에는 사람의 신체나 사물이 끼었을 때 기기가 자동으로 멈추는 끼임 방지 센서 ‘인터록’이 설치되지 않았다. 두 사고 모두 냉각기를 다루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고로, 인터록 등 안전장치가 있었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부산북부고용노동지청은 농심 측에 보호덮개 설치 등 안전조치가 미흡한 설비에 대해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농심은 사고 이후 해당 생산동의 작업을 중단했다. 농심 관계자는 “사고가 난 공장에 인터록 등 안전장치 설치를 완료했고, 다른 공장에도 모두 안전장치를 설치할 예정”이라며 “부상을 입은 직원의 치료를 포함해 직원들의 심리적 치료까지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비슷한 산업재해 사고가 두 차례 연달아 일어났지만, 농심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이 아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1명 이상 사망, 6개월 이상 치료 필요 부상자 2명 이상 등 요건을 충족해야 적용이 가능하다. 관련 두 사고는 각각 부상자가 1명이라,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
노동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 기능을 다하려면 법이 현장의 구체적인 안전 대책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처벌 범위를 넓히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중대재해 없는 세상 만들기 부산운동본부 박수정 집행위원장은 “대표적인 산업재해 사망사고의 원인인 끼임과 떨어짐 사고는 일차적 안전조치만 취해도 충분히 막을 수 있다”면서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처벌 규정은 명시됐지만 실제 처벌로 이어지는 사례는 턱없이 적은 만큼 현장에서 안전 대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할 수 있도록 처벌 범위를 넓히고 현장의 집중 단속과 점검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올 1월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지만 현장의 사고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2022년 3분기 누적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발생 현황’에 따르면 지난 1~9월 일터에서 발생한 사망사고는 모두 483건으로, 510명의 노동자가 숨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 사고는 492건으로 9건 줄었지만 오히려 사망자는 502명으로 법 시행 이후 8명이 늘어났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