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남 단체장 절반이 피의자, 부끄러운 지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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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 시군 중 9곳 단체장 부정선거 수사
신속한 수사·재판 행정 공백 최소화해야


경남도청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경남도청 건물 전경. 부산일보DB

6·1 지방선거와 관련해 경남의 18개 시군 중 절반인 9곳의 자치단체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다. 전국 어느 지역에서도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일로 부끄러운 지방정치의 실상이다. 지역 정치인들의 자질과 혼탁한 선거 풍토에 대한 개탄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다. 당장 경찰과 검찰 수사로 지역 관가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행정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최종 수사 결과와 법원의 판단에 따라 단체장의 낙마 시 재선거를 거쳐야 해 행정 공백과 사회적 비용도 감수해야 한다.


현재 경남경찰청과 창원지검에 의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단체장은 창원·거제시장, 거창·산청·의령·창녕·함양·남해·하동군수 등 9명이다. 이들 단체장 외에도 국민의힘 소속 서일준(거제), 하영제(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도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있다. 이들 단체장들의 공직선거법 위반 내용도 금품 제공에서부터 선거인 매수, 허위사실유포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홍남표 창원시장은 지방선거 과정에서 자신을 지지하며 불출마한 인사에게 ‘창원시 고위직’을 약속했다는 후보자 매수 혐의로 검찰 출석을 앞두고 있다. 지역민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아 오던 이승화 산청군수는 검찰로 송치됐다.

경남의 혼탁 선거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게 더 심각한 문제다. 이번에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오태완 군수가 검찰로 송치된 의령군은 ‘민선 군수의 무덤’이라 불릴 정도로 선거법 위반의 흑역사가 반복됐다. 민선 6기 이선두 군수는 2017년 지역민 모임에 참석해 지인을 통해 음식값을 내는 등 세 차례 불법 기부로 군수직을 상실했다. 민선 5기 오영호 군수는 조직폭력배를 시켜 기자를 협박하게 한 혐의로 구속됐다. 진병영 군수가 허위사실유포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함양군도 1995년 민선 이후 5명의 군수 중 4명이 금권선거와 뇌물수수로 구속돼 ‘선비의 고장’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이쯤 되면 지역 정치인들의 자질은 물론 유권자 의식 수준까지도 거론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경남 단체장들에 대한 무더기 수사는 공천에만 목을 맬 뿐 공정한 경쟁이 사라진 지방정치의 민낯을 여실히 보여 주는 것이다. 지방소멸의 벼랑 끝에서 지방정치가 보여 주는 수준은 지역을 살릴 수 있다는 일말의 기대마저 사라지게 한다. 12월 1일로 지방선거사범에 대한 공소시효가 만료되는 만큼 조만간 이들에 대한 기소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이미 단체장에 대한 수사로 행정 차질이 불가피하지만 단체장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현재의 행정조직을 통해 행정 공백을 최소화해야 한다. 지금 상황에서는 그나마 지역민들에게 두 번 죄를 짓지 않는 길이다. 수사 당국과 사법 당국도 수사와 재판을 신속하게 진행해 행정 공백이 조기에 수습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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