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구 4만 명대 무너진 중구, 위기의 부산 원도심
전국 광역시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
갈수록 악화… 파격적인 지원책 급해
한때 부산의 활력을 상징하던 곳이었던 중구의 인구가 전국 광역시 기초지자체 중 처음 4만 명 선이 무너졌다. 14일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부산 중구의 10월 기준 인구는 3만 9936명으로, 전국 광역시의 기초지자체 가운데 처음 4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중소 규모의 호텔이 자리한 부산역 일대 모습. 정종회 기자 jjh@
한때 부산의 활력을 상징하던 곳이었던 중구의 인구가 전국 광역시 기초지자체 중 처음으로 4만 명 선이 무너졌다. 14일 통계청 주민등록인구현황에 따르면 부산 중구의 10월 기준 인구는 3만 9936명으로 4만 명 아래로 떨어졌다. 2008년 4만 명대로 떨어진 이후 14년 만에 3만 명대로 더욱 쪼그라든 것이다. 비수도권 가운데 농·어촌 지역을 중심으로 주로 거론되던 ‘지방소멸’에서 이제는 광역시의 원도심도 소멸을 걱정해야 하는 ‘지역소멸’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진단까지 나온다. 특히 부산 원도심의 위기는 수도권 집중과도 맞물린 복합적인 현상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뿌리가 더 깊고 넓다.
부산 중·영도구 등 원도심의 쇠퇴를 수치로 보면 그 위축되는 속도와 양상이 ‘부산은 대한민국 제2의 도시’라는 게 선뜻 믿기지 않는다. 중구의 경우 인구 감소세는 부산 전체보다 3배나 빠르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38명으로 작년 신생아는 83명에 불과했다. 전국 228개 시군구 중 최하위 수준이다. 인근 영도구도 10년 만에 인구가 22% 줄었다. 감소율로는 부산 기초지자체 중 최고였고, 출산율 역시 전국 최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서구 역시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다. 그렇다고 향후 전망이 밝은 것도 아니다. 그나마 북항 재개발 사업이 희망이지만, 그 효과를 기다리기엔 지금 처지가 너무 절박하다.
정부와 시가 부산 원도심 회복을 위해 아무런 노력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은 물론 아니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원을 마련해 이중 일정액의 배분액을 중·영도구 등 원도심 4개 구에 지원한다. 시도 도시재생 등 활성화 방안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미봉책 수준으로, 이것만으론 현재 추세를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더구나 광역시는 말할 것도 없고 수도권 주변 지역까지도 소멸 위기에 처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마당이다. 13일 발표된 한국산업연구원의 보고서는 이를 잘 보여 준다. 지금 이대로라면 대한민국이 수도권만의 ‘일극 도시국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무엇보다 정부가 이의 심각성을 깨닫고 모든 정책 수단을 집중해야 하는데, 실제 움직임은 그렇지 않아 답답할 뿐이다. 지방소멸의 근원인 수도권 집중 타파를 위해 현 정부 출범부터 부총리급의 정부 조직을 요구했지만, 결국 어정쩡한 ‘지방시대위원회’로 귀결된 것을 보면 그렇다. 한덕수 총리가 11일 위원회 출범에 대해 “지역정책의 패러다임 변화”를 강조했지만, 김이 빠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를 만회하는 길은 파격적이고 강력한 균형정책 외엔 없다. 지방소멸도, 원도심 회복도 이젠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한다. 부산시도 새로운 아이디어로 정부의 정책을 추동해야 한다. 그래야 원도심에 그나마 희망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