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국정조사 합의 무산… 야당 단독 추진 ‘수순’
“이재명 방탄 국조 하자는 거냐”
국힘 친윤·중진 중심 ‘절대 반대’
“국민 70%가 정부 대응 부적절”
민주, 특검과 병행 추진 공식화
더불어민주당 경남도당이 14일 창원시 성산구 정우상가 앞에서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 추진 국민 서명운동 본부’ 발족식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원내대표가 14일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만나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대해 논의했으나 합의는커녕 이견만 재확인했다. 민주당은 국민의힘 동참을 최대한 설득하되, 참여하지 않을 경우 이달 24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정의당, 기본소득당 등과 함께 국정조사 계획서를 처리한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선 여야가 접점을 찾기 어려워 야당 단독 국정조사 추진 가능성이 높아진 형국이다.
특히 국민의힘 내부에서 친윤(친윤석열)계가 ‘국정조사 절대반대’ 깃발을 들고 전면에 나선 모양새라 국민의힘 지도부의 협의 여지가 더 줄어든 양상이다. 거기다 민주당이 추진하는 국정조사 범국민 서명운동을 두고도 여야 대립각이 깊어지는 터라 평행선은 더욱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실제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의장 주재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앞서 소속 3선 이상 중진 의원 의견을 구했는데, 중진들은 야권의 국정조사 요구를 수용해선 안 된다는 데 뜻을 모았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주 원내대표와 만난 뒤 기자들에게 “(국조 반대가)만장일치였다”고 전했다. 장 의원은 “(국조는)그야말로 정치공세의 장을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이재명 방탄 국조를 하자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중진들은 “경찰 수사를 지켜보는 게 가장 진상 규명을 빨리할 방법”이라면서 수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국조 요구를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주 원내대표에게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간담회에는 서병수·조경태·정진석·정우택(이상 5선), 이명수·홍문표(이상 4선), 이헌승·장제원·하태경·권은희·김상훈·김태호·박대출·성일종·윤영석·이종배(이상 3선) 의원이 참석했다.
중진 의견을 들은 주 원내대표는 의장 주재 회동에서도 이런 논리를 되풀이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회동 뒤 기자들과 만나 “지금 신속한 강제수사를 하고 있다. 국정조사는 정쟁만 유발하고 수사를 방해할 뿐”이라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 현안질의, 운영위원회 국정감사를 통해서도 나올 만큼 다 나왔기 때문에 국정조사는 지금으로서 불필요하다고 확실히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동시에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진행 중인 국정조사 추진을 위한 범국민 서명운동에 대한 비난 수위를 끌어올렸다. 서명운동을 통해 대국민 여론전에 나선 것은 최근 고조되는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와 관련해 국민 시선을 돌리기 위한 ‘이재명 구하기 쇼’라고 규정하며 정치적 목적이 있다는 주장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민주당이)참사를 이용해 장외투쟁을 운운하며 국민 시선 돌리기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소용없다”고 밝혔다.
여당의 반대 입장이 오히려 강화됨에 따라 민주당의 압박 수위도 한층 거세지는 분위기다. 민주당은 이날 국정조사와 특검(특별검사) 병행 추진을 공식화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국민들도 원인과 진상을 알아야 하므로 국정조사가 신속하게 시행돼야 한다”며 “관련자의 형사적 책임을 엄정히 묻기 위해서는 (경찰이 아닌)특검도 필요하다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국민 10명 중 7명은 정부 대응이 부적절했다고 본다. 국정조사나 특검으로 진상을 규명해야 한다는 의견은 56.4%에 달했다”며 “이런 여론 앞에서도 집권여당은 귀를 틀어막고 민심을 외면한다”고 말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