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 국회서 법제화 서둘러야
수도권·비수도권 전력 수급 불균형 해소
공급 비용에 따른 차등화가 에너지 정의
사진은 서울 시내 주택 전기계량기(왼쪽 사진)와 가스 계량기 모습. 연합뉴스
전기요금을 지역별로 차등 적용하기 위한 국회 차원의 법제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양이원영 의원은 14일 각 지역별 공급 비용의 차이를 전기 소매요금에 반영하는 내용이 담긴 ‘전기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도 지난달 국회에서 ‘분산에너지특별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를 갖고 조만간 지역별 차등제를 골자로 하는 ‘분산에너지특별법’을 대표 발의할 예정이다. 전기요금을 발전소에서 떨어진 거리에 따라 지역별로 차등해야 한다는 주장은 지난 10년간 발전소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 왔다. 최근에는 기후변화와 환경문제에 따른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차등제 목소리가 더 힘을 얻고 있다.
양이원영 의원이 발의한 ‘전기사업법 개정안’은 수도권 송전 비용을 수도권 전기요금에 반영해 과도한 전력 운용 비용을 충당하고 발전소 인근 지역의 사회적 갈등을 줄이자는 취지다. 개정안에는 전기 판매 사업자가 전기요금과 관련한 사항을 정할 때 △발전소 및 전기 사용자와의 거리 △발전·송전·변전·배전에 따른 전기 공급 비용 △전압 및 전력 예비율 등을 고려하도록 명시했다. 우리나라 전력 소비량의 대다수는 서울·경기에 집중돼 있지만 전력 자급률은 서울 4.6%, 경기 60.4%에 불과한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휘발유, 상수도, 도시가스요금에 지역 차가 있듯이 전기요금도 지역별 공급 비용의 차이를 요금에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수영 의원이 대표 발의할 ‘분산에너지특별법’은 균형발전 차원에서 에너지 정책을 다루자는 취지여서 더 주목된다. 우선 분산 에너지 특별 지역을 정해 전기 판매 허용 등 전력 거래 특례를 부여하고 지역별 혁신 전력 실증을 유도해 해안가에 원전을 집중시키고 수도권으로 송전하는 현 중앙집중형 전력 시스템을 바꾸자는 것이다. 분산 에너지 설치 의무 제도를 도입해 전력의 공급과 수요를 최대한 일치시키고 전력 수급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시스템도 마련한다. 현재의 공급과 수요 불균형 체제에서는 지역별 차등제를 도입해 비수도권의 신산업을 키우고 균형발전을 이룬다는 게 입법 취지다.
발전소 지역 주민들의 고통을 감안하면 전기요금 지역별 차등제는 지금도 늦었다. 단순히 전기요금을 깎는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공급과 수요 불균형을 해소해 전력 낭비와 사회적 갈등 비용을 줄이는 일은 에너지 정의 차원의 세계적 추세다. 날로 늘어나는 에너지 비용을 감안하면 합리적 요금 체계는 에너지 전환을 위한 과제이기도 하다. 법안이 발의된 마당에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하루빨리 법제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원전 밀집지인 부울경 국회의원들의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 정부도 수도권 눈치만 볼 것이 아니라 전기요금의 합리적 개편 필요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이해를 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