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영의 연극 인생 50년 ‘나는 미치지 않았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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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
배우 박찬영 연기 50년 기념 공연
17~20일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
“연극은 혼자 아니라 함께하는 것”
“무대 설 수 있는 마지막까지 최선”

'필경사 바틀비'의 박찬영(왼쪽)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필경사 바틀비'의 박찬영(왼쪽)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연극배우 박찬영. 울림이 좋은 목소리, 관객을 몰입시키는 연기력. 부산에서 연극 좀 본 사람이라면 그를 금방 알아볼 것이다. 그래도 모르겠다면 드라마 ‘스물다섯 스물하나’ 중 국밥집에서 맞장 뜨던 야구팬, 영화 ‘증인’의 재판장을 연기한 배우를 떠올리면 된다.

배우 박찬영의 연극 인생 50년을 기념하는 공연 ‘나는 미치지 않았다’가 17일부터 20일까지 부산 해운대문화회관 해운홀에서 열린다. 극단 바다와 문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인생 선배 박찬영의 칠순과 연기 선배 박찬영의 50년을 기념하는 무대를 마련했다. 박 배우는 “쑥스럽기도 하지만, 무대를 떠난 지 꽤 오래된 후배들까지 시간 내어 함께해주는 것이 너무 고맙다”고 했다.

박 배우의 인생 첫 무대는 중2 때 성당에서 열린 크리스마스 공연이다. “대학생 청년회가 예수의 생애를 다룬 작품을 올리는데 아무도 유다 역을 안 맡으려고 했어요. 제일 멋진 역인데 왜 안 하지 싶어서 구경하던 어린놈이 손을 들었죠.” 그의 연기는 히트를 쳤다. 연극에 재미를 느껴 연극영화과에 진학하려 했지만, 집에서 반대했다. “동아대 경제학과에 들어가서는 바로 연극 동아리 극예술연구회로 갔죠.”

2004년 부산시립극단 활동 당시의 박찬영 배우. 부산일보DB 2004년 부산시립극단 활동 당시의 박찬영 배우. 부산일보DB
연극 '용서 받은 시간' 공연 중인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연극 '용서 받은 시간' 공연 중인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연극 '백조의 노래'에서 열연하는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연극 '백조의 노래'에서 열연하는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장수왕'에 출연한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장수왕'에 출연한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영화 '증인'에 재판장으로 출연한 박찬영 배우. 영화 스틸컷 영화 '증인'에 재판장으로 출연한 박찬영 배우. 영화 스틸컷

동아리에 가자마자 작품에 투입됐다. 신입생 환영 공연 ‘연기된 재판’에 신입생이 공석인 주인공으로 ‘땜빵’ 출연했다. “어머니가 공연 팸플릿이나 희곡 대본 등을 불태워도 몰래 연극을 계속했어요. 부산시립극단 창단 멤버로 들어가 ‘세일즈맨의 죽음’ ‘리어왕’ ‘맹진사댁 경사’ ‘페드르’ 등에 출연했죠.” 2011년 부산시립극단 정년퇴임 기념 공연 ‘NoWhere’ 이후로도 박 배우는 꾸준히 무대에 서고 있다.

연극 ‘나는 미치지 않았다’의 극본을 직접 쓴 최은영 연출가는 “단순히 한 연극배우의 역사를 기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연극배우 전체의 삶을 조망하며 부산 연극배우의 저력을 선보일 수 있는 공연을 만들려고 했다”고 밝혔다. 공연에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돈키호테’ ‘노인과 바다’ ‘리어왕’ ‘파우스트’ 등이 극중극으로 등장해, 다양한 인물을 연기하는 박 배우를 만날 수 있다.

'필경사 바틀비'에 출연한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필경사 바틀비'에 출연한 박찬영 배우. 극단 바문사 제공
배우 박찬영 연극인생 50년 기념 공연 '나는 미치지 않았다' 포스터. 극단바문사 제공 배우 박찬영 연극인생 50년 기념 공연 '나는 미치지 않았다' 포스터. 극단바문사 제공
자신의 연극 인생 50년 기념 공연을 앞둔 박찬영 배우가 후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극단 바문사 제공 자신의 연극 인생 50년 기념 공연을 앞둔 박찬영 배우가 후배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극단 바문사 제공

최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와 2022 부산공연콘텐츠페스타에서 박 배우와 같이 ‘땡큐, 돈키호테’ 무대에 선 이은주 배우는 “찬영 선생님은 무대에 올라가면 눈빛이 바뀐다”고 했다. 이 배우는 “베테랑 배우면서도 후배들이 가지는 배우로서의 감정, 연출로서의 감정을 겸손하게 받아들이신다”며 “선생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후배가 많아 연극인 부부 최다 주례상을 받아야 할 정도”라고 덧붙였다.

박 배우는 “연극은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며 “후배들을 보면 ‘저 나이에 나는 저렇게 못 했는데’ 하고 혼자 감탄한다”고 말했다. “굳이 바라는 것이 있다면 후배들이 잘 버텨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연극을 하려면 제대로, 연극이 (자신에게) 최고일 때 연극을 해주면 좋겠어요. 관객을 무서워할 줄 알아야 해요.”

연극을 하면 아무리 아파도 힘이 난다는 박 배우는 “무대에 설 수 있는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서 후배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 선배가 있구나’ 생각할 수 있게 하고 싶다”고 했다. “연극은 내가 살아가는 의미이며 생명줄 같은 것입니다. 연기를 하고 나면 늘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죽기 전에 진짜 대표작 하나 만들고 싶어요.” 17~20일 평일 오후 7시 30분, 주말 오후 4시 공연.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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