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방통행’ 공청회로 고리2호기 수명연장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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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원, 수백만 명 대상 단 5차례만 진행
횟수·방식 독단적 결정, 주민 반발만 불러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내년 4월 설계 수명이 끝나는 고리원전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지역민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태로 진행하고 있다. 고리 2호기 전경. 부산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내년 4월 설계 수명이 끝나는 고리원전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지역민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태로 진행하고 있다. 고리 2호기 전경. 부산일보DB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내년 4월 설계 수명이 끝나는 고리원전2호기의 수명연장을 위한 방사선환경영향평가 공청회를 지역민을 무시한 일방통행식 행태로 진행하고 있다. 부울경의 공청회 대상 16개 기초지자체를 나눠 5차례에 걸쳐 오는 23일부터 10일 안에 속전속결로 끝내겠다는 계산이다. 반면, 공청회 개최 홍보에는 관심을 두지 않아 대부분 지역민이 이를 모른다고 한다. 올해 7월 환경영향평가서 초안에 대한 주민 공람 때 지역민의 접근을 배려하지 않는 고압적이고 형식적인 절차로 온갖 비난을 받고도, 한수원의 고질병은 조금도 바뀌지 않았다. 지역민으로선 정말 개탄스럽고 분통 터지는 일이다.


한수원은 이달 23일 울산 울주군을 시작으로, 25일 부산 5개 구, 28일 울산 4개 구와 양산시, 30일 부산 기장군, 내달 2일 부산 4개 구를 대상으로 공청회를 연다고 이미 공고했다. 수백만 명이 이해당사자인 부울경 지역민을 대상으로 단 5차례만의 공청회로 관련 절차를 마치겠다는 심산이다. 한수원은 공청회의 횟수나 방식 역시 모두 독단적으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부산에선 8개 구·군이 공청회를 강력하게 요구했으나, 묵살당했다. 게다가 공청회 개최 홍보는 언론매체의 공고 한 차례가 전부다. 지역 주민센터나 개별 우편물을 통한 통보도 지금까지 전혀 없었다. 대놓고 ‘깜깜이 공청회’를 하겠다는 것이다.

한수원은 이처럼 지역민을 무시하는 행태를 버젓이 한다. 환경영향평가서 주민 공람 때도 그랬고,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고리원전2호기의 수명연장마저 주민 여론이 어떻든 간에 자기 의도대로 밀고 가겠다는 노골적인 협박이나 다름없다. 고리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의 지상 저장시설의 건립 강행도 그렇다. 그런데도 정작 지역민을 대변하고 나서야 마땅한 부산시와 지자체는 원전 문제만 나오면 몸 사리기에 바쁘다. 이번 공청회 방안도 부산시는 한수원 계획을 그대로 수용했다. “원전은 국가 사무”라는 기존 입장과 “시민 의견을 수렴할 것”이라는 하나 마나 한 말만 되풀이한다. 누굴 위한 부산시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매번 지역민을 무시한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이기만 하는 한수원의 원전 정책이 결코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중대한 국가 정책일수록 더욱 지역민의 지지와 협조 속에 진행돼야 하는데, 한수원은 늘 독단적 행태로 이와는 거꾸로 간다. 지역민의 반발을 사고 있는 원전 정책이 한둘이 아닌 것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정부와 한수원이 기존 행태를 바꾸지 않는 한 고리원전2호기 수명연장에 대한 주민들의 반발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다. 정말 필요한 일이라면 시간이 걸려도 주민들을 설득하고 함께 가야만 한다. 부산시와 지자체도 뒷짐만 지고 있어서는 안 된다. 그건 자기의 무능이나 직무 유기를 자인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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