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에 농사용 전기요금까지 ‘폭등’… 잠 못드는 농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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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만 두 차례 전기료 인상
‘농사용 갑’ 1분기 대비 74%↑
농가 경영비 중 냉난방비 35%
겨울 초입 10월 인상 ‘직격탄’

경남 진주지역 농민들이 시설하우스에서 파프리카와 고추 등을 재배하기 위해 전기온풍기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폭 인상된 농사용 전기 요금 인상으로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경남 진주지역 농민들이 시설하우스에서 파프리카와 고추 등을 재배하기 위해 전기온풍기를 가동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폭 인상된 농사용 전기 요금 인상으로 생산비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이라며 울상을 짓고 있다.

농업에 사용되는 난방용 면세유값 인상에 이어 농사용 전기요금까지 큰 폭으로 오르면서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농사비용 증가로 인한 농가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는 만큼, 대책도 절실한 상황이다.

17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올해 4월과 10월 두 차례 전기요금을 1kwh당 12.3원씩 인상했다.


인상은 주택용과 일반용, 산업용 갑, 교육용, 농사용, 심야전기 등에 일괄 적용했는데, 특히 농민들이 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종전 단가 대비 인상률이 가장 높기 때문이다. 올해 1분기 전기 단가는 농사용 갑은 16.6원, 농사용 을은 34.9원, 산업용 갑은 60.9원, 일반용 갑은 66.9원이었다. 용도 별로 단가가 달랐는데 인상 금액은 공통적으로 12.3원 오르면서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특히 기후환경요금 2원 인상, 연료비 조정요금 신설(5원) 등을 종합하면 19.3원이 오른 것인데 농사용 갑의 경우 1분기 대비 74% 폭증한 셈이다. 이에 따라 파프리카와 고추 등 농사용 전기를 많이 쓰는 시설원예 농가들은 직격탄을 맞았다.

경남지역 시설원예 면적은 9950ha로 18.4%를 차지해 전국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들은 예전에 보일러 등유를 사용했지만, 유가가 오르자 전기보일러로 많이 전환했다. 1만㎡ 이상의 시설하우스는 대부분 전환을 마쳤고, 그 외에도 절반 정도가 전기보일러로 돌아섰다. 시설원예 농가 경영비 가운데 냉난방비 비중이 35%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요금 인상으로 농민들이 받는 타격은 클 수밖에 없다. 진주시 농민회 관계자는 “시설비도 만만찮게 들었는데 전기요금까지 오르니 죽을 맛이다. 이대로라면 시설하우스 생산원가 맞추기도 힘들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4월에는 그래도 부담이 덜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시설하우스에 보일러를 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겨울 초입인 10월 인상은 치명타에 가깝다. 진주에서 파프리카 농사를 짓고 있는 한 농민은 “지난해 11월 전기요금(10월 분)은 1000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같은 기간에는 1500만 원 가까이 나왔다. 사실상 농사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파프리카 농민 하현정 씨는 “인건비와 무기질 비료, 면세유값 등 오르지 않은게 없다. 그런데 출하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 생산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니 농사 짓기가 막막하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일부 농민들은 재배 작물 전환까지 고민하고 있다. 같은 시설하우스 작물이라도 파프리카 등에 비해 비교적 낮은 온도에서 자라는 토마토와 고추 등으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특정 작물 생산량이 급증하면 가격 폭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한 파프리카 재배 농민은 “전기요금 부담 탓에 토마토 전환을 고민하고 있다”면서 “현 정부는 스마트농업을 강조하고 있는데, 전기요금을 올리는 건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농민들이 부담을 호소하자 지방자치단체나 관련 기관들도 전기요금 조정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경남도는 최근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분 차액 보전과 농사용 전기요금 인상률 하향 조정 방안 마련을 정부에 건의했다.

경남도 관계자는 “경남은 시설원예 전국 1위 지역이다. 농사용 전기요금과 농자재 가격 인상에 따른 부담이 크기 때문에 중앙부처 등에 지속적으로 건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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