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보따리’ 푸는 왕세자… ‘제2 중동붐’ 부푼 재계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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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 살만 왕세자 방한

삼성 모듈러주택 1만 가구 비롯
고속철·신재생에너지 협업 약속
한·사우디 투자포럼 MOU 26건
울산산단에 9조 원 투자 계획도
재계 총수들, 롯데호텔 총출동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왼쪽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이재현 CJ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회장이 17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와 만나기 위해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로 들어서고 있다. 연합뉴스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에 ‘네옴시티 보따리’를 가져다 풀면서 ‘제2 중동붐’ 기대감이 커졌다.

빈 살만 왕세자 방한 첫 날인 17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사우디아라비아 투자부는 ‘한·사우디 투자 포럼’에서 총 26건의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이날 투자포럼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야심차게 추진하는 신도시 ‘네옴시티’ 프로젝트 협력이 핵심이다. 국내 기업마다 건설뿐만 아니라 철도와 에너지 등 각 분야에서 수백조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초대형 프로젝트 협력에 시동을 걸었다.



■네옴시티 철도망 구축·건설 맞손

양국 정부와 기업이 네옴시티 프로젝트의 철도망 구축, 수소기관차 공동 개발, 최첨단 건축공법을 적용한 건설 부문에서 손을 잡으면서 상공계에서는 과거 한국 경제를 수렁에서 구한 ‘중동 건설붐’을 떠올리고 있다.

가장 먼저 삼성물산이 네옴시티에 모듈러(조립식) 주택건설 기술개발을 위한 포괄적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규모는 1만 가구, 40억 달러(한화 5조 3000억 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의 기술은 도시 공사 현장의 인력이 거주를 위한 용도다. 그러나 네옴시티 핵심 프로젝트인 직선 도시 ‘더 라인’ 내 주택 건설을 위한 테스트베드 성격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번 프로젝트로 모듈러 주택의 효용성, 생산성을 파악한 뒤 향후 실제 더라인 주택 건설에 적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의 철도차량 전문업체 현대로템은 사우디 투자부와 고속철·전동차·전기기관차 구매 계약·네옴시티 내 현지 공장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사업규모는 고속철, 전동차, 전기기관차 등 총 27억 5000만 달러(한화 3조 6000억 원)에 달한다. 여기에 차세대 수소기관차도 함께 개발한다.

■신재생에너지 8조 원대 MOU

네옴시티는 친환경 미래도시를 표방한다. 이에 따라 신재생에너지 사업도 핵심이다. 한국전력·삼성물산·포스코·한국남부발전·한국석유공사 등으로 구성된 국내 컨소시엄이 사우디 국부펀드(PIF)와 65억 달러(한화 8조 5000억 원) 규모의 그린 수소·암모니아 공장 건설 추진 프로젝트에 대한 협업을 약속했다.

이 프로젝트는 39만 6694㎡규모의 그린 수소·암모니아 생산 시설을 구축해 20년간 운영하는 것이 골자다. 건설 기간은 2025∼2029년이다. 시설에서 생산하는 그린 수소·암모니아는 연간 120만 톤에 달할 전망이다.

그린 수소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물을 분해해 생산한 친환경 수소다. 여기에 질소를 결합해 암모니아 형태로 만들면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운송이 가능하다.

이 컨소시엄과 사우디는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발전 사업도 공동 추진하기로 했다. 한국전력은 이와 별도로 그린 수소·암모니아 분야 협력을 위해 사우디 민간 에너지 기업 아크와 파워(Acwa Power)와 손을 잡았다.

■아람코, 국내 석유화학에 9조 원 투자

석유화학분야는 사우디 국영 정유·석유화학기업 아람코가 최대 주주인 에쓰오일과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롯데건설 등 국내 3개 건설사 간 설계·조달·시공(EPC) 기본계약이 이날 체결됐다. 아람코는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2단계 확장 프로젝트인 9조 2580억 원 규모의 샤힌 프로젝트 투자를 최종 결정했다.

이는 아람코의 한국 투자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아람코는 앞으로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크래커(Steam Cracker)를 건립해 연간 최대 320만 톤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스팀크래커는 폴리에틸렌 등 석유화학제품을 생산하는 시설이다.

■재계 총출동, 네옴시티 추가협력 논의

삼성과 현대차 등 국내 대기업 총수는 이날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으로 몰려들었다. 이 곳에서 빈 살만 왕세자와 티타임을 겸한 회동을 가져 네옴시티와 관련한 추가 협력도 기대된다.

특히, 삼성의 이재용 회장이 왕세자와 개인적인 친분이 두텁다. 삼성은 이를 토대로 네옴시티 사업 수주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장은 이날 ‘회계부정·부당합병’ 재판 일정이 있지만, 이번 회동을 위해 전날 법원에 불출석 의견서까지 제출했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은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생태계 구축을 포함한 스마트시티 모빌리티 사업 등에 대한 협력 방안을, SK 최태원 회장은 친환경에너지 부문에 대한 투자를 논의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 김동관 부회장은 그룹의 역점 사업인 태양광과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가능성을 타진했다는 후문이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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