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에 바란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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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금아 문화부 부장

부산 지원 예산 8년째 제자리
개인 지원금 타 도시보다 적어
시·문화재단, 예산 증액 추진
지역 예술 발전 안전망 돼야

2015년 41억, 2016년 38억, 2017년 42억, 2018년 45억, 2019년 43억, 2020년 44억, 2021년 42억, 2022년 45억.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연도별 예산 현황이다. 지난 8년간 우리 사회가 겪은 급격한 변화를 생각하면 ‘지역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예산이 어쩌면 이리 평탄했을까’ 싶다. 물가 상승으로 예술활동에 필요한 비용은 지속적으로 늘어났지만 지원금은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최근 부산문화재단은 2023년도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 우수예술지원 사업 공고를 냈다. 문학, 시각예술, 공연예술, 예술비평 4개 장르 18개 세부 분야에 대한 지원사업이다. 그 중 눈길을 끈 것이 ‘개인 예술가 지원금 정액 400만 원’ 문구이다. 2022년도 지원금과 동일한 금액이지만, 다른 지역의 문화예술지원금과 확연히 차이가 난다.


2022년도 지원금을 기준으로 서울의 예술인·예술단체 지원금은 최대 4000만 원에 이른다. 작가 활동 5년 이내는 최대 2000만 원, 6년에서 15년 사이는 최대 3000만 원, 16년 이상 경력의 예술인은 40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대전은 개인 예술가에 대해 200만~700만 원까지 차등을 둔다. 가까운 울산의 경우도 청년예술인 생애 첫 지원이 400만 원이고, 전문예술인은 300만~8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울산 청년예술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울청아티스트’의 경우 2년 연속 지원도 가능하다.

지역의 한 시각예술인에게 전시를 제대로 하려면 필요한 비용이 얼마인지를 물었다. “전시장 대관료에 도록 제작까지 생각하면 1000만 원도 모자란다”는 답이 돌아왔다. 물가가 올라 캔버스 큰 것 한두 개 정도만 사도 100만 원이 넘는다. 10점 전시한다고 10점만 그리는 것이 아니니 재료비는 계속 올라간다. 다른 작가는 지원금으로 전시 도록을 내면 남는 돈이 거의 없다고 했다. 올해 지원을 받았다는 한 작가는 “작업을 하는 동안은 다른 활동이 쉽지 않아서 생계조차 힘들다”며 현실적으로 부산의 개인 예술가 지원금이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예전에 지원금을 받아 전시를 하며 생계비가 없어 대출을 받았다던 다른 작가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개인 예술가 지원금은 늘지 않았지만 부산문화재단의 지원사업은 운영에 있어서는 상당 부분 개선됐다. 올해부터 개인 예술가 지원금을 원천징수 후 일시 지급한다. 추후 창작활동 결과물 외에 별도의 지출 증빙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 예전에는 영수증 발급이 어려운 부분에 대한 지출 증빙 문제로 예술가들이 곤란을 겪었다. 지원사업 심의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 개선, 표절·임금체불을 한 경우 지원을 받을 수 없게 하거나 2024년도부터 정년이 보장된 교수 등을 지원신청 부적격자에 추가하는 등의 개선안도 눈에 띈다. 부산문화재단은 이번 개선안은 올해 나온 ‘부산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한 기초전략 수립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내년에는 시각예술과 문학 분야에 대한 지원사업 제도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했다.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산 확보이다.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은 내년도 지원사업 예산 증액을 추진 중이다. 2022년도 지원사업에 신청된 총 건수는 1446건이었지만 45억 예산으로 479건만 지원받는데 그쳤다. 시와 재단은 33%의 선정률을 내년에는 40%까지 끌어올릴 계획을 갖고 있다. 당장 이번주 목요일 시의회 행정문화위원회 소관부처 예산안 심사 결과에 지역 예술인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문화예술지원사업 예산이 증액되면 더 많은 예술인이 혜택을 볼 수 있다. 창작준비지원사업부터 공공예술, 다원예술, 국제예술교류 등 분야별 예산이 늘어난다. 부산 오페라하우스 개관을 앞두고 오페라 관련 지원사업 증액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재단은 새로운 예술 실험을 위한 상시지원사업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별도 예산으로 작품의 유통과 홍보를 지원하는 퍼포밍 아트마켓 사업안도 추진 중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을 시행한다. 최대 3년간 창작을 위한 리서치, 개발, 제작, 유통 전 과정을 지원하는 것으로, 선정 예술가들의 만족도가 높다. 내년도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에서는 ‘올해의 포커스온’이라는 다년도 지원사업이 예정되어 있다. 창작물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부산문화예술지원사업은 예술인과 예술단체 그리고 지역 문화예술의 발전을 위한 잘 짜여진 안전망이 되어야 한다. 앞으로 예술가의 실질적 창작활동에 도움이 되고, 분야별로 더 세분화된 지원체계를 만들어 나가기를 바란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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