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제주 방어? 동해 방어!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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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는 희한한 생선이다. 여름에는 개도 안 먹는다고 한다. 살이 흐물거려 맛이 없고 기생충이 많은 탓이다. 그런데 날이 제법 쌀쌀해지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살이 단단해지고 기름기까지 적당히 올라 윤기가 흐른다. 두툼하게 썬 회가 제격이다. 담백한 등살, 졸깃한 꼬리살, 살살 녹는 목살도 좋지만, 뱃살은 그야말로 기가 막힌다. 씹는 맛이 좋아 어떤 이는 참치 뱃살보다 낫다고 할 정도다.

부산이나 서울 같은 대도시의 시중 횟집에서 유통되는 방어는 대부분 양식산이라고 하며 그 크기도 작다. 양식 방어도 어느 정도 그 맛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방어의 기름지고 고소한 참맛을 제대로 느끼려면 아무래도 최소 5kg이 넘는 대방어라야 한다.

겨울철 대방어, 그러면 대부분 제주도를 떠올린다. 회유성 어종인 방어는 더울 때 북쪽에 머물다 가을이 되면 남쪽으로 내려오는데, 지금까지는 마지막 월동지가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로 알려져 있다. 마지막 월동지에서 잡은 대방어가 그 맛이 최고일 수밖에 없다. 제주도 대방어가 유명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지금이 딱 그 무렵이다. 그래서 매년 11월 하순에 제주도 모슬포항에서는 방어 축제가 열린다. 이름하여 ‘최남단 방어축제’다. 올해는 오는 26일부터 다음 달 25일까지 펼쳐진다.

그런데 제주 대방어의 위상이 근래 크게 흔들린다. 강원도 고성 같은 동해안에서 방어가 더 많이 잡히는 게다. 올해 들어 강원도 동해안에서 잡힌 방어가 5500톤 정도다. 동해안에서 잡히는 전체 수산물의 60~70%를 차지한다. 어시장 위판 금액으로도 방어가 단연 1위다. 동해안, 그러면 옛날엔 명태, 얼마 전까진 오징어를 먼저 떠올렸는데, 명태는 사라진 지 오래고 오징어도 올해 2500톤 정도만 잡혔다. 이젠 강원도에서 잡힌 방어가 제주도를 비롯해 전국에 공급되는 형편이다.

이전에도 강원도에서 방어가 전혀 잡히지 않은 건 아니지만 그 양은 매년 700톤 정도에 불과했다. 그랬던 방어가 동해안을 대표하는 수산물이 된 건 기후변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동해 수온이 올라가면서 겨울철 방어가 서식하기에 좋은 환경으로 바뀐 것이다. 격세지감이라고 해야 하나 상전벽해라고 해야 하나, 여하튼 세상만사 변하기 마련이다. 동해안에서 명태가 사라졌다고 슬퍼할 일도, 방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고 기뻐할 일도 아니다. 어쩌랴, 시류에 맞춰 적응하며 따를밖에!


임광명 논설위원 kmy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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