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후 석방된 남욱, 작심한 듯 대장동 특혜·비리 ‘폭로전’ 가세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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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에 전달한 뇌물 증거 진술
정 실장 등의 술값 낸 사실도 폭로
뇌물 종착점 이재명 대표로 향해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 중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남욱 변호사가 21일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비리 사건으로 구속기소돼 1심 재판 중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남욱 변호사가 21일 석방돼 서울구치소에서 출소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으로 구속됐다가 21일 석방된 남욱 씨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이 개발 비리에 연루됐다’는 폭로전에 나섰다. 이 대표의 최측근 2명이 잇달아 구속된 데다 한 달 전 석방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 이어 남 씨마저 폭로전에 가세하면서 정국 대혼란이 예고되는 모습이다.

남 씨는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부장판사 이준철)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김만배, 정영학, 유동규와 저 넷이 모였는데 김 씨가 ‘너는 25%만 받고 관여하지 말라’고 해서 크게 싸웠다가 제가 수용했다”며 “김 씨가 그때 ‘내 지분도 12.5%밖에 안 된다, 전체 49.9% 중에 37.4%는 이재명 시장 측 지분이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당사자끼리 지분을 배분하는 과정에서 김 씨와 이 대표 측이 24.5%씩 반분했다는 사실을 김 씨로부터 들었다고 부연했다. 검사가 ‘이 시장 측은 누구를 말하는 것이냐’고 묻자 남 씨는 “그때는 이름을 얘기하지 않았고, 지난해 24.5%가 확정적으로 이재명 측 지분이라고 대화하는 과정에서 정진상과 김용의 이름을 정확히 거론했다”고 답했다.

정영학 씨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도 김 씨가 “천화동인 1호 배당금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말한 내용이 담겼다. 이를 두고 천화동인 1호의 지분권자로 지칭된 ‘그분’이 이 대표를 가리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다만, 김 씨는 그분이 이 대표라는 해석을 부인하면서 지금까지는 천화동인 1호의 실소유주가 자신이라고 주장한다.

남 씨는 2013년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한 뇌물 3억 5200만 원에 대해 구체적인 정황 증거를 진술하기도 했다. 남 씨는 2013년 4월 한 일식집에서 “(유 전 본부장이) 받자마자 바로 다른 방으로 가서 9000만 원을 누구에게 전달하고 왔다”고 말했다. 유 전 본부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가지고 나갔고, 돌아올 땐 쇼핑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남 씨는 술값 등 접대 비용을 쓴 사실도 폭로했다. 남 씨는 2013년 9월 12일 정 실장과 김 부원장, 유 전 본부장의 유흥주점 술값과 속칭 2차 비용 등 410만 원을 부담했다고 증언했다. 정 실장 등과의 술자리에 동석한 적은 없고 돈 계산만 했다고 한다. 9월 12일 이후에도 정 실장을 위해 한 차례 더 술값을 부담한 적이 있다는 게 남 씨의 주장이다. 그는 “그분들이 성남에서 가장 실세였기 때문에 비용을 지급하는 게 저희 사업에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남 씨의 증언은 천화동인 1호의 지분을 애초에 정진상·김용·유동규 등으로 나누기 전에 이들이 이미 ‘이재명 지분’으로 인식하고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남 씨 등 대장동 일당이 유 전 본부장에게 금전을 제공한 동기가 단순히 개인적 이유가 아닌 이 대표의 성남시장 재선을 염두에 뒀다는 뜻으로도 볼 수 있다.

민간업자들이 대장동 사업 특혜가 계속되길 기대하며 뇌물을 보냈다는 건데,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의 종착점이 아니라 전달자가 된다. 선거 시기에 최측근 2명이 민간업자에게서 나온 돈을 실제로 받았다면 이 대표 입장에서는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은 정 실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서 대장동 특혜·비리 의혹 전반을 ‘지방자치 권력 사유화’로 규정했다. 검찰은 구속된 정 실장 조사를 진행하고 남 씨의 법정 증언은 증언대로 따라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종국에 이 대표의 배임·부패방지법 위반 등 혐의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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