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194) 각별한 몸을 탐색하다, 이형구 ‘Enlarging My Right Hand with Gauntlet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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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구(1969~)는 20여 년간 다채로운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한국 동시대 미술을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이다. 홍익대와 예일대 대학원에서 조소를 전공했다. 귀국 후 2004년 성곡미술관 개인전을 시작으로, 같은 해 국립현대미술관 ‘젊은 모색’전, 2006년 삼성리움미술관 ‘아트스펙트럼’전 등을 거치며 미술계의 주목을 받았다. 2006년 이탈리아 산드레토 르 레바우뎅고 파운데이션, 2007년 이탈리아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개인전, 2008년 스위스 바젤 자연사박물관 전시 등 해외 미술기관의 주요 전시에도 참여하며 이름을 알렸다.

이형구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주제는 ‘몸’이다. 지각과 감각의 변주를 통해 인체를 새롭게 탐구하는 이형구는 몸이라는 익숙한 소재를 끝없는 영감의 원천으로 탈바꿈한다. 이형구는 올 3월부터 8월까지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현대미술작가조명전의 4번째 작가로 초청됐다. 이번에 소개하는 ‘Enlarging My Right Hand with Gauntlet 1’은 이형구의 초기작 ‘The Objectuals’ 시리즈의 대표작 중 하나로, 2022년 부산시립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기증됐다.

‘Enlarging My Right Hand with Gauntlet 1’은 작가의 미국 유학 시절 경험에서 시작됐다. 다인종 도시 뉴욕에서 유학 생활을 한 그는 지하철에서 손잡이를 잡고 있던 자기 손이 타인의 손과 비교했을 때 지나치게 작아 보이는 것을 발견한다. 우연한 비교 경험을 계기로 이형구는 작아 보였던 자기 손을 원하는 크기로 확대할 수 있는 일종의 인체변형 장치를 고안하게 된다.

일상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탄산음료 페트병을 자르고, 페트병 밑동에 위스키 잔 3개를 이어 붙였다. 장갑 형태를 만들고 그 안에 물을 부어 굴절 효과로 손이 확대되어 보일 수 있게 일종의 과학 실험을 시도했다. 실험의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작가의 손과 팔뚝은 장치에 의해 확대됐다. 마치 애니메이션에서 만화 캐릭터가 일종의 인체변형 장치를 착용 ‘슈퍼 파워’를 얻는 것처럼 이형구는 상상으로만 생각했던 손 크기의 확대가 눈앞에서 이루어진 것을 확인하고 일종의 전율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에 발표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골격구조를 사실적으로 재현한 ‘ANIMATUS’ 시리즈 또한 ‘The Objectuals’ 인체 변형의 아이디어가 확장된 결과이다. ‘Eye Trace’ ‘Face Trace’ ‘MEASURE’ ‘Chemical’ 시리즈도 상호유기적으로 연결되며, 이형구는 몸을 자신만의 독창적 방식으로 재해석했다.

이형구는 복잡한 ‘몸 미학’의 궤적을 좇는다. 외면에서 내면으로, 재현의 대상이자 소재, 그리고 매체로서 몸에 접근한다. 집요한 그의 태도는 몸에 대한 경외감을 바탕으로, 끝없는 몸의 예술적 가능성에 대한 증명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형구가 말하는 몸은 특별하다.

김경미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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