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공습에 전기·난방 등 파괴… 우크라 ‘잔혹한 겨울’ 현실로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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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맞아 주요 도시 영하권 날씨
수백만 명 3월 말까지 목숨 위태
코로나 중환자실 가동도 어려움
양국 평화 협상 목소리 커질 듯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주민들이 22일(현지시간) 한 버스 정류장에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군이 퇴각한 우크라이나 헤르손의 주민들이 22일(현지시간) 한 버스 정류장에서 구호품을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영토 탈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잔혹한 겨울’이 찾아왔다. 의료, 전기, 난방 등 주요 기반 시설이 러시아의 공습으로 파괴된 가운데 영하권 강추위가 덮치는 셈이다. 민간인 피해가 크게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평화협상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박도 거세질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가 겨울로 접어들면서 이날 주요 도시의 기온이 영하로 떨어졌다. 키이우의 이날 밤 최저 기온은 영하 4도였으며, 키이우 등에서는 눈이 내리기도 했다. 우크라이나는 올겨울 일부 지역의 기온이 최대 영하 20도 이하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전기와 물을 공급하는 기반 시설과 의료 시설이 상당수 파괴돼 ‘잔혹한 겨울나기’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력시설의 절반 이상이 파손됐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키이우 등에서 수백만 명이 최소 내년 3월 말까지 전력과 수도공급이 끊긴 채 생활할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금까지 703곳의 우크라이나 의료시설을 공격했으며, 이로 인해 우크라이나 일부 지역은 코로나19 백신과 필수 의약품 공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중환자실 가동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WHO 한스 헨리 클루게 유럽지역 국장은 최근 “올겨울은 우크라이나인 수백만 명의 생명을 위협할 것”이라면서 “병원과 의료시설 수백 개가 제대로 가동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연료와 물, 전기가 부족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 같은 위기를 “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지역의 의료체계에 가장 큰 공격”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야르노 하비흐트 WHO 우크라이나 대표도 “우크라이나 국민 5명 중 1명은 의약품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특히 러시아 점령지 주민은 3명 중 1명이 필요한 약을 구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우크라이나는 겨울나기를 위해 물자 비축을 주민에게 권고하고 있으며, 최근 탈환해 환경이 열악한 헤르손과 미콜라이우 등에서는 주민 대피를 촉구하기도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2일 프랑스 시장협회에서 진행한 화상 연설에서 “크렘린은 이번 겨울 추위를 대량살상무기로 바꾸길 원한다”면서 서방에 발전기, 의료장비 등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민간인 피해가 확산하기 전 양국이 평화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0일 프랑스어권 국제기구회의 연설에서 평화협상을 위한 10대 조건을 제시했지만, 러시아가 받아들일 가능성이 작다는 전망이 나온다. 10대 조건은 △핵 안전 △식량안보 △에너지 안보 △포로 석방 △유엔 헌장 이행 △러시아군 철수와 적대행위 중단 △정의 회복 △환경 파괴 대처 △긴장 고조 예방 △종전 공고화다.

러시아의 경우 전쟁 장기화에 대비한 2차 동원령설까지 나온다. 영국 스카이뉴스는 22일 우크라이나 정부 인사를 인용해 병력 부족에 시달리는 러시아가 2차 동원령으로 최대 70만 명을 소집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안톤 게라셴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 고문은 이날 트위터에서 “러시아가 내년 1월에 2차 동원령을 발령할 준비를 하고 있다”면서 “50만~70만 명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헤르손 탈환의 여세를 몰아 킨부른 반도 서부 지역 탈환까지 코앞에 둔 것으로 전해졌다. 킨부른 반도를 탈환할 경우 크림반도 북쪽의 러시아군 보급로와 드니프로강 동안의 러시아군 방어선 측면을 사정권에 넣게 된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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