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군, 화개장터 호남 상인 배제 논란에 결국 ‘재공고’
17일 화개장터 장옥 신규 입점자 공고에서 호남지역 상인 배제
호남 상인 반발, 하동군 재검토…24일 기존 방식대로 재공고
‘영호남 화합의 상징’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 전경. 김현우 기자
경남 하동군이 영호남 화합의 상징으로 불리는 화개장터의 새 입점자 모집 공고에서 호남지역 상인들을 배제돼 논란이 일자, 입점자 신청 자격을 변경한 뒤 재공고에 나섰다.
24일 하동군 등에 따르면 군은 지난 17일 낸 화개장터 장옥 신규 입점자 공고에서 신청 자격을 하동군에 주민등록을 두고 있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농특산물·먹거리 분야는 과거 3년 이상, 잡화·체험·기념품·대장간·엿장수 분야는 과거 1년 이상 하동군에 주민등록이 돼 있도록 조건을 달았다. 청년창업 분야도 하동군에 거주하거나 생활근거지가 하동군에 있는 만 19세 이상 만 45세 이하인 자로 제한했다.
사실상 하동 상인에게만 장옥 입점 권한을 준 것이다.
17일 자 화개장터 입점자 모집 공고. 신청 자격이 하동 지역민으로 제한돼 있다. 공고 캡처
현재 화개장터에는 8개 유형, 74개 점포가 있는데, 이 중 3개 점포가 호남 상인에게 배정돼 있다. 2014년 화개장터 화재 이후 재개장하는 과정에서도 호남 상인이 배제돼 논란이 됐는데 당시 군이 뒤늦게 2개 점포를 배정했다. 이후 2019년에 1개 점포가 추가됐지만, 이번에 다시 모두 배제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된 것이다.
하동군은 군민이 낸 세금으로 운영되는 화개장터인 만큼 지역민에게 우선권을 줄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또 3개의 호남 상인 점포로 인해 오히려 하동 상인들이 역차별받는다는 민원도 많았다고 해명했다.
화개장터 내부 전경. 김현우 기자
화개장터의 한 하동 상인은 “입점을 위해 3년마다 추첨하며 경쟁한다”면서 “하지만 호남 상인들은 3명이 신청해 3명이 선정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호남 상인들은 이 같은 하동군 행정이 영호남 화합이라는 화개장터 취지와 맞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한 호남 상인은 “앞서 화재나 수해 이후 가게 집기를 모두 새것으로 바꿨는데 갑자기 입점 자격을 없애는 건 지역 이기주의”라고 비판했다.
호남 상인들의 문제 제기가 이어지자, 하동군은 결국 재검토에 들어갔고 24일 입점자 신청 자격을 재공고했다.
화개장터 상징성 유지를 위해 광양시·구례군 지역민에게 기존대로 전체 74개 점포 중 최대 3개 점포를 배정해 입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재조정한 것이다. 사용기간은 허가일로부터 2025년 12월 31일까지다.
하동군 관계자는 “영호남 화합의 장인 화개장터의 상징적인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 공정하고 투명하게 화개장터 장옥 신규 입점자 선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