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초 국내 대출 금리, ‘연 10% 시대’ 열린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한은, 최소 2차례 추가 기준금리 인상 예고
2008년 이후 최고 수준 연 9% 예상
영끌족 월 상환 부담액 배 달할 전망
미 통화 긴축 속도 일부 조절 가능성도

잦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연내 9%, 내년 초에는 최고 ‘연 10%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한 은행 지점 앞에 내걸린 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잦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가 연내 9%, 내년 초에는 최고 ‘연 10% 시대’를 열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한 은행 지점 앞에 내걸린 금리 안내 현수막. 연합뉴스

급격한 기준금리 상승으로 주요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연내 9%까지 급격하게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초 한국은행이 최소 2차례 이상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함에 따라 대출금리가 ‘연 10% 시대’에 달할 전망이다.

한국은행의 이 같은 행보에 불과 2년 전 초저금리 시대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에 나섰던 대출자는 한 마디로 ‘패닉’ 상태에 놓였다. 매월 상환하는 금액이 이미 기존의 두 배에 달하는 등 막대한 이자 부담을 떠안게 됐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은 내년에도 대출금리가 더 오를 것으로 예상돼 더 막막해 졌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이 이달 24일 기준금리를 2012년 7월 이후 10년 4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인 연 3.25%로 인상했다. 대출금리도 연내 9%에 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준금리 인상은 불과 1년여 만에 9차례나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8월 0.5%였던 기준금리는 이달 3.25%로 무려 2.75%포인트(P)가 올랐다.

금융권에선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시중은행의 대출금리가 이르면 이달 중 연 8%를 넘고, 올해 마지막 달인 12월에는 연 9%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무려 14년 만의 일이다.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신규 취급액 코픽스 연동)는 이달 24일 기준 연 5.280∼7.805% 수준으로 연 8%대 진입을 코앞에 뒀다.

주담대 혼합(고정) 금리는 연 5.200~7.117%, 신용대출(1등급·1년)은 연 6.218~7.770%, 전세자금대출(주택금융공사보증·2년 만기) 역시도 연 5.230∼7.570%로 이자율 상단이 모두 연 8%에 근접했다.

특히, 대출금리는 내년 초에는 최고 연 10%대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이 내년 초에 최소 두 차례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은 한은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3.75%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보다 기준금리가 0.50%P 추가 인상될 것이란 뜻이다.

지속적인 대출금리 인상에 불과 1~2년 전 초저금리를 이용해 수억 원을 대출한 대출자는 늘어난 이자 부담에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예를 들어, 금리가 본격 상승하기 전인 지난해 5억 원을 연 4% 금리(30년 만기,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로 빌린 경우 대출 초기 원리금 상환 부담은 월 238만 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대출금리가 당장 연 8%에 육박하는 상황을 감안할 경우 원리금은 월 366만 원으로 배 가까이 늘어난다. 내년 초 금리가 연 10%까지 오를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은 월 439만 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연간 상환 원리금은 5268만 원으로 웬만한 대기업 직장인 연봉 수준이다.

대출자 중에서도 20~30대 젊은 청년층이 큰 타격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한은에 따르면 20~30대의 가계대출은 지난해 말 기준 475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5조 2000억 원 증가했다. 이중 취약 대출자 비중은 6.6%로 다른 연령대 평균(5.8%) 보다 높다.

다만, 일각에서는 미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일부 조절될 가능성도 있어 한은의 최종 기준금리 수준이 3.5% 수준에서 멈출 것이란 예상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미 대출금리가 급격하게 오른데다 금리 인하 시기도 정확하게 가늠하기 어려워 대출자의 이자 부담은 당분간 계속될 여지가 크다. 이와 관련해 이창용 한은 총재도 이달 24일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 거론과 관련해 “시기상조”라고 언급한 바 있다.

한편, 한은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0.25%P 인상될 경우 전체 대출자의 연간 이자 부담은 3조 3000억 원 증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준금리 인상이 진행된 지난 15개월(2.75%P 인상) 간 늘어난 이자 부담은 총 36조 3000억 원에 달한다. 이에 따른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연간 16만 4000원 증가한다. 기준금리 상승분(2.75%P)을 감안하면 1인당 이자 부담은 15개월 만에 180만 4000원 늘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