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정수처리만 능사? 네덜란드-모래습지, 팔당·동복호-인공습지로 자연 정화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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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낙동강 맑은 물 포럼]
국내외 상수원 확보 사례

암스테르담시 인근에 조성된 대규모 인공습지에 모래사구와 인공수로 40여 개가 60~100일 동안 라인강 물을 체류시키는 방식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워터넷 정수장은 모래사구 여과를 통해 매일 25만t의 정수를 생산하고 있다. 부산일보DB 암스테르담시 인근에 조성된 대규모 인공습지에 모래사구와 인공수로 40여 개가 60~100일 동안 라인강 물을 체류시키는 방식으로 오염 물질을 제거하고 있다. 워터넷 정수장은 모래사구 여과를 통해 매일 25만t의 정수를 생산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낙동강 하류의 수질이 식수원으로서는 수질이 만족스럽지 못하다 보니, 부산 식수원인 물금 지역엔 국내 처음으로 ‘고도정수처리 시설’이 들어섰다. 취수원 다변화 정책이 완료되더라도 하류의 물을 식수원으로 계속 써야 하기 때문에, 이제는 ‘초고도정수처리 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 언급되고 있다. 이런 대규모 정수시설에 익숙하다 보니, 자연적인 방식을 응용해 하천 물을 식수로 만든다는 유럽의 사례가 상당히 낯설게 받아들여 진다.

국토의 30%가 바다 수면보다 낮은 네덜란드는 주변에 물은 많지만, 정작 마실 수 있는 물은 부족한 편이다. 유럽 5개국을 지나며 오염이 누적된 라인강물을 취수하거나, 지하수를 뽑아 써야 한다. 취수 환경이 열악하다 보니, 네덜란드는 정수 과정에 새로운 도전을 했고, 그 결과가 모래습지를 활용한 친환경 상수원수 확보였다.

암스테르담 부근에는 대규모 모래습지를 활용한 정수장이 있다. 모래습지는 마치 성처럼 쌓여 있는데, 모래성의 규모는 3600ha로 웬만한 작은 도시의 2배 정도이다. 파도와 바람으로 만들어진 이 모래습지가 물금의 고도처리 시설과 비슷한 기능을 한다.

취수는 56km 떨어진 라인강변에서 이뤄진다. 취수된 물은 인공 수로를 따라 이동해, 정수장 아래 호수에 저장된다. 이 호수에서 다시 퍼올져진 물은 인공수로를 따라 흐른다. 그리고 인공수로는 나무와 갈대가 빼곡한 모래습지 사이로 지나가며, 길이만 25km이다. 모래습지를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60~100일 정도로, 그사이 정수가 이뤄진다. 나무와 갈대의 영향으로 오염 물질은 걸러 지고, 깨끗한 물만 모래 속으로 스며든다.

물론 모래습지를 통과하는 것만으로 정수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다시 정밀 정수 시설을 갖춘 수돗물 생산 공장을 통과하는 과정도 있고, 오존 처리 등도 곁들여 진다. 그러나 여전히 핵심은 자갈·굵은 모래층 등을 서서히 통과하는 자연적인 방식을 활용하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고운 모래층을 서서히 통과하다 보면, 아주 작은 오염물질도 걸러진다. 이렇게 모래습지를 활용한 정수로도 시간당 7000~8000t, 최대 1만 3000t의 물을 생산할 수 있다. 자연적인 방식이 중심이다 보니, 화학약품 사용은 최소화되고 경비 부담도 적다. 모래습지를 이용한 이 정수 시설에서 생산된 물은 암스테르람 100만 인구의 주요 식수이다.

국내에서도 규모는 작지만 자연친화적인 인공습지가 정수활용되는 사례까 있다. 2010년 팔당상수원 수질을 개선하기 위해 경안천 하류에 인공습지가 들어섰고, 광주시 상수원인 동복호에 유입되는 하천(동복천, 길성천, 이서천, 내북천) 주변으로도 인공습지를 만들어 상수원 보호에 활용하고 있다.

김좌관 교수는 “물금 취수장 주변에 적용시킬 수 있는 친환경수처리 방안은 여러가지로 구상할 수 있다”며 “굳이 초고도 정수처리를 설치하지 않더라도 인공습지를 활용한 자연정화 공정이 지금의 고도정수 시설을 보조해 준다면 여러 난관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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