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교섭 결렬… 정부 “법대로 무관용 대응” vs 화물연대 “소통 대신 협박”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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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윤 대통령 주재 국무회의
업무개시명령 발동 예고 무게
노동계, 장관 직접 대화 촉구
“안전운임제 투쟁 계속 할 것”
육상화물 운송분야 위기경보
경계 → 심각 단계로 상향 조정
30일 세종시서 두 번째 협상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첫 대면 교섭을 한 뒤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 관계자들이 28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첫 대면 교섭을 한 뒤 회의장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동조합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닷새째를 맞아 첫 교섭이 진행됐지만 양측의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정부가 강경 대응 원칙을 강조하면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계획을 밝히자 노동계는 이를 두고 정부의 ‘협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협상이 결렬되면서 양측의 갈등은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께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총파업 이후 화물연대와 첫 교섭을 진행했지만 결렬됐다. 두 번째 협상은 30일 세종시에서 다시 이어나갈 예정이다.

화물연대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국토부와 협의하기 위해 전향적인 자세로 교섭에 참여했으나 국토부의 답변은 ‘국토부가 답변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었다”면서 “오늘 교섭에 참여한 국토부 차관은 화물연대 입장은 대통령실에 보고하겠으나 이에 대해 국토부의 권한과 재량은 없다는 말만 반복하다가 교섭을 마치기도 전에 자리를 떴다”고 말했다.

이어 화물연대는 “30일 세종시에 만나 대화를 이어나가기로 했다”며 “차관에게 결정 권한이 없다면 장관이 직접 나와 화물연대와 대화를 지속할 것을 요구한다. 대화를 지속하는 과정에서 국토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비롯해 대화의 진정성을 훼손하는 일 없이 화물연대와의 대화에 진심을 가지고 참여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이날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화물연대의 집단운송거부가 지속되면서 피해 상황이 점차 심각해지고 있다며, 육상화물 운송분야 위기경보단계를 '경계'에서 '심각'으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는 위기 발생 때 '관심'→'주의'→'경계'→'심각' 4단계로 이뤄진 위기경보체계를 발동한다. 위기경보단계가 최고 수준으로 올라감에 따라 정부의 대응 체계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로 강화됐다. 국토부와 행정안전부, 경찰청, 국방부, 해양수산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유관기관이 범정부 종합 비상 대책을 시행한다.

관계부처들은 이날 오전 10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 사태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라 무관용 원칙으로 강력히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양측의 갈등은 고조됐다.

윤 대통령은 오는 29일 화물연대 업무개시명령 발동 여부를 심의할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할 예정이다. 정부가 사실상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예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무회의에서 업무개시명령이 심의·의결된다면 도입 이후 첫 발동 사례가 된다. 2004년 법이 도입된 이후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된 적은 없었다. 업무개시명령은 행정절차상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동하는데 사태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윤 대통령의 결단이 필요하다.

윤 대통령은 28일 대통령실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노동문제는 노(勞) 측의 불법행위든 사(社) 측 불법행위든 법과 원칙을 확실하게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사 법치주의를 확실히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노동시장의 이중구조를 타파하고 근로조건 형평성을 맞추는 것이 노동문제를 대하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기조”라며 “불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경제를 볼모로 한 노조의 불법과 폭력은 우리 경제를 망가뜨리고 경제 회복을 바라는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특히 이번 사태가 장기화하면 조만간 예정된 철도노조 파업과 함께 물류 전체의 마비로 이어져 국가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므로 범정부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보고 이날 대형 재난 시 구성하는 중대본을 가동해 첫 회의를 열었다.

노동계는 정부의 강경 대응 원칙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박정훈 사무국장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하면 화물차 기사들은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고 결국 물류 차질은 이어질 수밖에 없다”며 “화물연대는 언제든 대화할 준비가 언제든 되어 있는데 교섭 전부터 업무개시명령을 꺼내며 정부가 압박했다.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소통할 준비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은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가 이뤄질 때까지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국토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7개 지역 177개소에서 조합원 약 7600명이 분산해 총파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체 조합원의 35%에 달하는 인원이다. 화물연대는 지난 24일 0시를 기점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안전운임제 차종·품목 확대, 안전운임제 개악안 폐기 등을 요구하고 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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