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팅, 안전 문제·기술적 어려움 없어”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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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양구조물 전문가 엄항섭 대표 인터뷰

태풍 최대 유의 파고 약 8.5m
해양 설계 기준 19m에 못 미쳐
국제공항 인정 어려울 것 지적에
해저에 기둥 박는 착저식도 가능

올시데이터 엄항섭 공학박사(대표)가 2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올시데이터 엄항섭 공학박사(대표)가 24일 서울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인터뷰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첫 시도에 대한 두려움과 편견이 문제일 뿐, 가덕신공항을 ‘플로팅’(부체식·물에 뜨는 구조물 위에 건물을 짓는 방식) 공법으로 짓는 데 안전 문제나 기술적인 어려움은 없다고 단언합니다.”

지난 24일 서울시 서초구 방배동 사무실에서 만난 엄항섭 올시데이터 대표는 가덕신공항 조기 건설 방안으로 부상한 ‘플로팅 공법’의 안전성과 기술력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면서 부산시와 정부의 추진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계 3대 선급 인증기관인 DNV의 부사장과, 대우조선해양 중앙연구원장 등을 지낸 엄 대표는 35년 이상 선박과 해양구조물 엔지니어링 솔루션 업무를 해온 전문가다.

세계 최초의 ‘바다 위 공항’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그동안 부정적인 입장을 취해왔다. 그러나 2030부산세계박람회 성공 개최의 전제 조건인 가덕신공항 조기 개항이 화두로 부상하면서 훨씬 빨리, 보다 적은 비용이 드는 플로팅 공법이 대안으로 떠올랐고, 국토부 역시 현재 수행 중인 가덕신공항 기본계획에 플로팅 공법을 포함해 검토하고 있다.

엄 대표는 “올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국토부는 기존 매립식 외에 다른 공법을 전혀 염두에 두지 않는 기류였지만, 지난 7개월 사이에 국회 토론회와 시민 토론회 등을 거치면서 분위기가 엄청 많이 바뀌었다는 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가덕신공항 조기 완공을 위한 국회 정책 토론회’에서도 플로팅 공법의 현실화 가능성을 자신했다.

엄 대표는 가덕신공항의 플로팅 건설 방식으로 적합하다고 보는 기술은 고강도 강선으로 구조물을 단단히 고정하는 ‘텐돈(tendon·강선)’ 방식이다. 그는 “이미 전 세계 해양 구조물은 험한 환경에서 견뎌왔고 그 기술을 발전시켜왔다”며 “텐돈 방식은 일종의 강력한 피아노 선이 구조물을 단단히 잡고 있는 구조로, 강선과 셕션앵커 (앵커 내외부 간의 압력차와 마찰력을 이용한 앵커)을 이용하여 구조물을 움직임 없이 고정 시킬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가덕신공항 정도의 규모는 안전 문제없이 플로팅으로 짓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엄 대표는 최근 제주 지역 인근에 상륙한 300여 개의 태풍을 분석 결과를 통해 ‘가덕신공항이 태풍의 길목에 지어져 피해가 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일축했다. 그는 “우리나라 태풍 최대 풍속은 초속 60m로 다른 해양구조물이 설치된 환경과 비슷하고, 태풍으로 인한 최대 유의 파고(가장 높은 파고부터 3분의 1에 해당하는 파고의 평균 값)는 약 8.5m로, 해양 설계 기준 19m에 못 미쳐 기존 파도로 인한 위험성도 매우 낮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엄 대표는 부체식 공항의 내구성 등 우려에 대해 “활주로도 육상 활주로보다 튼튼한 철강 재질로 지지할 수 있어 내구성이나 안전성에 있어서 문제가 없다”며 “공항 부지 외측에 하부 개방식 방파제를 만들면 파고를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어 위험을 더욱 줄일 수 있고, 건조비용도 감소하고, 환경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하였다.

일각에서는 부체식 공법이 기술적 문제가 없더라도 국제민간항공기구(ICAO) 등에서 국제공항으로 인정받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엄 대표는 “만일 ICAO 등 항공업계에서 부체식 공항의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한다면 착저식(해저에 기둥을 박은 뒤 상판을 얹는 방식)으로 해도 되고, 활주로 역시 일반 공항 활주로와 같이 콘크리트포장을 통해 똑같이 만들면 된다”며 “최초라는 부담만 감수한다면 시간, 비용, 환경 등 여러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부울경지역의 일감확보, 내부 공간을 활용한 물류기지 구축 및 기술 수출 등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가덕신공항 플로팅 건설은 미래지향적이며, 부산에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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