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무개시명령서 송달 다음 날 밤 12시까지 업무 복귀 안하면 처벌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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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멘트 운수 종사자 2500여 명 대상
국토부 등 76개 조사팀 현장 조사
파업 참여 화물차 명단·주소 확인
불응 땐 1차 운행정지·2차 자격 취소
화물연대 “ILO 협약 위반·헌법 침해”
무효 가처분 신청·취소 소송 검토

29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화물연대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송천석 부산지역본부장이 삭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29일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화물연대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송천석 부산지역본부장이 삭발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정부가 몇차례 ‘엄포성’ 압박으로 거론하던 업무개시명령이 실제 29일 파업 중인 화물연대 조합원들에게 내려졌다. 파업 중인 모든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한 것은 아니고 시멘트 분야 종사자다. 관련 운수사는 209곳, 운수 종사자는 2500여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업무개시명령 발동 준비를 해왔던 국토교통부는 29일 오후부터 바로 현장에 나가 명령서를 전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화물연대 측은 명령서를 정부가 강제로 전달한다고 복귀명령을 거부하고 대응하지 않을 방침으로 알려졌다.


진보 정부서 만든 법, 보수 정부서 사용

업무개시명령은 2004년 노무현 정부 때 도입됐다. 진보 정부에서 만든 법을 보수 정부에서 사용한 셈이 됐다. 2003년 화물연대는 5월과 8월 두차례 파업을 했는데 경제에 큰 후유증을 낳았다. 당시 혹독한 파업이 이어졌는데 정부가 미온적으로 대응하자 노 정부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다. 파업 강도가 너무 세자 결국 노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법에 도입했다. 이후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가 29일 첫 발동됐다. 다만 앞서 화물분야는 아니고, 정부는 의료법에 있는 업무개시명령을 의사협회 등 집단휴진과 관련해 2020년 8월 한차례 발동한 바 있다.

화물차운수사업법에는 ‘운송사업자 또는 운수종사자의 집단운송 거부로 국가경제에 매우 심각한 위기를 초래하거나 초래할 개연성이 높다고 판단될 경우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정부는 그간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로 시멘트 출고량이 평소보다 90~95% 감소하면서 연쇄적으로 레미콘 생산이 중단됨에 따라 전국 대부분 건설현장에서 공사중단이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는 화물연대 파업이 있어도 업무개시명령이라는 말은 정부 내에서 나온 적이 없었다.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하게 하는 조치였다.


송달 후 다음날까지 복귀않으면 처벌

정부는 국토부와 지자체 공무원, 경찰로 구성된 76개 조사팀을 꾸려 29일 오후부터 시멘트 운송업체에 대한 현장조사에 나섰다. 현장조사라는 것은 실제로 파업에 참여하고 있는가 확인을 하고 파업에 참여하고 있다면 화물차주의 명단과 주소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시멘트 운송업체 차원에서 운송거부를 하면 업체에 대해 명령서를 전달하고 개별 화물차주가 있다면 주소지로 송달한다”며 “운송거부 상황을 신속히 파악해 업무개시명령서가 빨리 송달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명령서는 당사자 본인에게 직접 전달하는 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직접 송달이 어려우면 △카톡·문자를 통하거나 △고용자·동거가족을 통해 전달하는 방법도 있다. 현장에서는 업무개시명령서를 전달하는데 있어 상당한 마찰이 예고되고 있다. 의사들의 파업 당시에도 업무개시명령을 받지 않으려고 휴대폰 자체를 꺼놓는 경우도 많았다.

명령서를 송달받은 운송사업자와 운수종사자는 송달 다음 날 밤 12시까지 집단운송거부를 철회하고 운송업무에 복귀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1차 불응시 30일 이하 운행정지 처분을 받고 2차 불응 땐 화물운송자격 취소를 내린다. 또 경찰에서는 운송거부 주도자 등을 대상으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일부는 “나는 파업을 하는 게 아니라 개인적 사정으로 쉬고 있는 것”이라고 항변할 수 있고 다음날 자정까지 복귀하지 않았을 경우에도 “몸이 아파 일할 수 없는 상태”라고 말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생길 수 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케이스바이케이스’인 경우가 많을텐데 현장에서 이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화물연대, 가처분 신청 제기 검토

이날 화물연대는 강력하게 반발했다. 화물연대는 성명서를 내고 “업무개시명령은 국제노동기구(ILO) 강제근로 폐지 협약에 위반된다. 여기에는 파업에 대한 제재로 강제근로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며 “화물노동자가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라 하더라도 업무개시명령은 헌법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게 된다”고 말했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한 명령 무효 가처분 신청과 취소 소송 제기를 검토하고 있다.

정부와 화물연대는 30일 국토부 청사에서 2차 면담을 하기로 했지만 대화에 진전이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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