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말고 자유를” 홍콩 시민도 ‘반정부 시위’ 가세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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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중문대 학생 100명 집결
백지로 얼굴 가리고 구호 외쳐
베이징 등 중국 16곳 시위 번져
백악관 “바이든 대통령도 주시”

2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중국 우루무치 화재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2020년 시행된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에서는 시위와 집회가 금지됐지만, 시민들은 봉쇄 반대 시위 나섰다. 연합뉴스 28일(현지시간) 홍콩에서 열린 중국 우루무치 화재참사 희생자 추모집회에서 시민들이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대하는 의미로 백지를 들고 있다. 2020년 시행된 국가보안법으로 홍콩에서는 시위와 집회가 금지됐지만, 시민들은 봉쇄 반대 시위 나섰다. 연합뉴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전략’을 놓고 중국 내에서 반발이 확산일로를 걸으면서 급기야 국가보안법으로 집회·시위가 금지된 홍콩까지 시위에 가세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은 중국의 이번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제2 천안문 사태’가 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9일 홍콩 명보는 전날 오후 홍콩중문대 학생 100여 명이 결집해 “PCR(유전자증폭) 검사 말고 밥을” “봉쇄 말고 자유를” “문화혁명 말고 개혁을” “노비 말고 공민이 돼야 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고 보도했다. 이들이 외친 구호는 지난달 중국 베이징 시내에 설치됐던 현수막에 적힌 내용들이다. 학생들이 A4용지 등 백지로 자신들의 얼굴을 가린 것도 이번 시위의 특징이기도 하다. 이는 중국 당국의 검열에 저항하기 위한 것이며 소셜미디어에는 ‘백지혁명’ ‘A4 Revolution’ 등의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도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명보는 “저녁 7시쯤 100여 명이 모였고 일부는 흰색 꽃과 촛불로 바닥에 ‘1124’라는 모양을 만들었다”며 “중국 본토에서 온 유학생들은 체포와 중국에 있는 가족의 불이익 등을 우려해 조심스럽게 행동하면서도 이번 시위가 널리 알려지길 희망했다”고 전했다.

1124는 11월 24일 신장위구르자치구 우루무치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발생해 19명이 숨지거나 다친 날을 기리는 것이다. 신장위구르자치구 전 지역은 올 8월 이후 100일 넘게 봉쇄가 이어지고 있었다. 해당 아파트가 코로나19로 봉쇄돼 화재 진압에 차질을 빚으면서 사상자가 대거 발생했다는 주장이 퍼져나간 게 이번 반정부 시위의 발단이 됐다. 지난 26일 오후에는 제2 도시인 상하이 우루무치중루에서 수천 명이 모여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집회를 열었다. 우루무치중루는 화재가 발생한 우루무치에서 따온 거리 이름이다. 시위대는 급기야 “중국공산당은 물러나라, 시진핑은 물러나라, 우루무치를 해방하라”는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수도 베이징에서도 같은 날 차오양구 일부 아파트에서 주민들이 아파트 단지 봉쇄에 항의해 시위를 벌였다. 주민들의 시위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지만, 주민들은 이에 굴하지 않고 봉쇄 해제를 요구했다. 베이징과 상하이뿐만 아니라 광저우, 청두, 시안, 우한, 충칭 등 16곳에서 항의 시위가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코로나 방역에 항의하는 시위가 시진핑 국가주석을 비판하며 언론자유,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등 반정부 성격의 시위로 변하고 있는 양상이다. 무엇보다도 홍콩의 이번 시위는 2019년 범죄인의 중국 본토 송환법에 반대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 이듬해 국가보안법 제정으로 시위가 자취를 감췄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아시아소사이어티의 중국 전문가인 베이츠 길은 “이번 시위로 시진핑 집권 10년의 정부 정책에 대한 중국인들의 분노가 가장 공개적이고 광범위하게 드러났다”고 진단했다.

중국의 이 같은 반봉쇄 시위에 대해 미국 백악관은 28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 내 시위 관련 “전 세계의 평화적인 시위에 대한 우리의 메시지는 한결같다”면서 “백악관은 평화적으로 시위할 권리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또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 내에서 진행되는 일에 대해서 보고받고 있다”면서 “대통령은 이를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중국 내) 시위 활동에 대해 신경을 쓰고(mindful) 있다”고 전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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