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법 개정 ‘미궁’… 지역·정당별 ‘온도 차’ 극심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법안 심사, 다음 일정도 못 잡아
수도·호남권 의원 노골적 반대
PK 의원들도 방법론에서 이견
금융위, 향후 비전도 제시 못해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모습. 연합뉴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국회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 논의를 시작했지만 지역별, 정당별로 ‘다른 셈법’만 확인했다. 힘겹게 첫발을 옮긴 법안 심사는 최근 여야 대립이 계속되면서 다음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위한 법 개정안은 현재 국민의힘 서병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과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이 대표발의한 법안이 상임위원회에 올라온 상태다. ‘산업은행은 본점을 서울특별시에 둔다’는 기존 법 조항을 바꿔 부산 이전에 법적인 걸림돌이 없도록 하자는 게 개정안의 핵심이다. 산은의 부산 이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법 개정이 필요하다.


서 의원 법안은 ‘본점을 부산시에 둔다’는 내용을 담은 반면 김두관 의원 법안은 ‘본점을 대한민국에 둔다’는 내용이다. 김 의원 법안은 산은의 ‘정관 개정’을 통한 본점 부산 이전 법안이다. 법에는 구체적인 지역을 지정하지 않고 산은 정관에 본점을 부산으로 명시하자는 전략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2일 법안심사 소위원회를 열고 산업은행법 개정안 심사를 시작해 ‘표결’ 제안까지 나왔지만 결국 ‘계속 심사’하자는 데에만 합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들의 지역구에 따라 산은 이전에 대한 극심한 온도 차가 드러났다.

수도권, 호남 의원들은 노골적으로 비판 목소리를 냈다. 경기도 고양이 지역구인 민주당 이용우 의원은 “산은이 내년을 대비하기 위해 (증자 등)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둬야 하는데 이전이라는 이슈로 갈등이 심화되면 본질적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라며 반대 목소리를 냈다.

전북 전주가 지역구인 민주당 김성주 의원은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해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후보가 얘기하고 당선이 됐으니 그 약속을 이행하겠다라고 정치적으로 접근하면 성공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지난 국정감사 등을 통해 지역구인 전주에 한국투자공사를 유치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 때문에 산은 부산 이전에 대한 비판은 이중적 태도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심사에서 부산, 경남 의원들은 산은 이전 필요성을 역설했지만 ‘방법론’에서 이견을 보였다. 경남 창원이 지역구인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시작했던 혁신도시 이전은 2차 이전까지 진행하는데 윤석열 정부에서 산은 하나 이전하겠다는데 (반대하느냐)”면서 “당당하게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부산 남구가 지역구인 민주당 박재호 의원은 “산은 전체가 부산에 와야 된다”면서도 법안 통과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박 의원은 “이해관계가 얽히고 지역마다 원하는 게 있기 때문에 정권 차원에서, 큰 차원에서 (해법 제시가) 이뤄져야 된다”고 주장했다.

법안심사에서는 금융위원회도 산은 부산 이전 준비 부족을 드러냈다. 이전 필요성은 물론 향후 비전도 충분히 제시하지 못해 의원들로부터 “전혀 준비를 안 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 금융위 관계자는 “산은이 하는 인프라 금융이나 수주 금융이 부산을 해양 금융중심지로 하는 데 적합하다”면서 “산은의 기능을 이전하는 것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고 말해 수도권 의원들의 ‘산은 일부 기능 이전’ 주장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