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 기간·사업비 모두 늘어난 천마산 모노레일, 예상 못 했나?

김준현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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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공 1년 됐지만 공정률 18%뿐
난공사에 준공 1년 미뤄져

낙하 우려 ‘큰 돌’ 탓 노선 변경
추가 사업비 30억 원 확보 못 해
현장 파악 못한 부실 계획 지적

천마산 모노레일 조감도. 서구청 제공 천마산 모노레일 조감도. 서구청 제공

부산 서구청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이 여러 난관에 부딪히며 혼선을 빚고 있다. 예상하지 못했던 공사 과정의 어려움으로 준공 시기가 1년 가까이 늦춰졌고, 불가피하게 노선 변경을 하면서 사업비가 늘어났으나 추가 예산 확보도 만만치 않다. 이에 따라 의욕만 앞선 채 사업을 추진하면서 준비 작업이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부산 서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천마산 모노레일 준공 시기는 올 12월에서 내년 12월로 조정됐으며, 현재 공정은 18%에 그쳤다. 당초 계획대로라면 현재 모노레일은 거의 완성이 단계에 들어가야 하지만, 실제론 기초 공사도 아직 마무리가 안된 상황이다.


공사 진행이 더딘 것은 천마산 상부 부지의 암석이 예상보다 강도가 높아 파쇄 작업의 속도가 매우 떨어졌기 때문이다. 해당 지역은 복합전망대 등 모노레일 관련 부대시설이 들어설 곳이다. 서구청은 현재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발파 공정을 도입해 파쇄 작업을 마무리 중이다.

노선 변경에 따른 사업비 증가도 심각한 사업 걸림돌이 되고 있다. 사업 추진 당시의 원래 노선 구간에는 낙하 우려가 큰 돌 일명 ‘뜬 돌’이 많은 것으로 확인돼, 노선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서구청 관계자는 “기본 및 실시 설계용역 단계에서 공사가 예정된 모노레일 노선 주위로 뜬 돌이 많아 실제 운행 시 낙석 사고 등 안전사고 위험이 있다는 것을 파악했다”며 “노선 변경에 따른 예산 증가액은 구체적 공사 계획이 나와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안전성을 강화한 새 노선이 내부적으로는 정해졌으며, 변경 노선안의 길이는 기존 360m에서 45m가 더 늘어나 총 405m다. 이 노선안은 내년 1월 예정된 도시심의위원회를 통과하면 확정된다.

노선이 길어지면 공사비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공사 구간 연장,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을 고려하면 준공까지 필요한 경비는 예상보다 30억 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예산 확보가 안 된 상태다. 앞서 서구청은 구의회에 모노레일 추가 사업비 30억 원을 추경에 포함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29일 구의회는 전액 삭감했다. 서구청은 반드시 필요한 예산이므로 구의회를 계속 설득한다는 입장이지만, 결과를 낙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당분간 천마산 모노레일 사업은 필요 예산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로 공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구청 관계자는 “당초 관광을 최우선 목표로 두고 노선을 정하다 보니 이런 사태가 발생한 거 같다”며 “현재 바뀐 노선에 대해 다시 용역을 맡겨 검토 중에 있다”고 말했다.

사업이 진행될수록 예상하지 못했던 난제들이 계속되면서, 구청의 사업 계획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에 힘이 실리고 있다. 서구의회 하명희 의원은 “처음 사업을 계획할 때부터 지형 파악과 노선의 위험 요소를 발견하지 못한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공사 변경으로 인해 예산이 증가할수록 결국 부담은 구민이 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천마산 모노레일사업은 공한수 서구청장의 1호 공약으로 크게 △모노레일 제작 △복합전망대 설치 △하부정거장 건설 등으로 구성돼 예산만 총 230억 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다. 지난해 10월 착공했으며, 서구청은 해안경관을 볼 수 있는 천마산 모노레일이 서부산의 관광명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준현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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