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산가공선진화단지’10년간 개인 공장 얻은 곳 단 1곳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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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투자·육성계획 부족
입주업체 “단순 공장 임대 그쳐”
기업 육성 설립 취지 살리려면
시설 개설·기업 지원 이어져야

수산가공선진화단지가 수산물 수출의 전진기지로 목표로 문을 연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기업 지원이 부족해 업체들이 반발한다. 부산 감천항 수산가공선진화단지. 부산일보DB 수산가공선진화단지가 수산물 수출의 전진기지로 목표로 문을 연지 10년이 다 돼 가지만, 기업 지원이 부족해 업체들이 반발한다. 부산 감천항 수산가공선진화단지. 부산일보DB

영세 수산기업들을 인큐베이팅하고 수산물 수출의 전진기지 거점 역할을 할 목적으로 설립된 수산가공선진화단지(이하 선진화단지)에서 최근 약 10년간 단 1곳의 업체만 흑자를 내고 개인 공장을 확보해 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선진화 단지가 설립 10년째에 접어들고 있지만, 입주업체들은 부산시가 수산물 고차가공 등에 대한 시설지원이 부족하고 제대로 된 육성 계획도 없다고 지적한다.


29일 선진화단지 입주기업협의회에 따르면 선진화단지 설립 약 10년 만에 최근 가공업체 한 곳이 사하구에 개인 공장을 확보해 선진화단지를 나갔다. 해당 업체는 오징어 가공업체로, 최근 흑자를 내면서 개인 공장을 확보해 선진화단지 공장을 다른 업체에 양도했다. 업체들은 선진화단지가 문을 연지 10여 년이 되어감에도 기업육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가공시설에 대한 부산시의 투자와 지원정책이 부족한 데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현재 선진화단지에는 56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선진화단지는 수산가공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2014년 개장했다. 가공공장을 주변 시세보다 저렴한 임대료로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제품 생산·수출 및 마케팅 지원을 통해 입주업체의 경쟁력을 높이는 게 당초 목적이었다. 하지만 단순 공장임대에만 그치고 시설설비나 연구사업에 대한 지원이 부족해 업체들의 원성이 높은 상황이다.

기업들은 고차가공 등을 위한 시설 투자가 부족하다고 주장한다. 대표적으로 폐수시설을 예로 들었다. 수산물의 고차가공은 많은 양의 물이 사용돼 폐수도 많이 배출될 수밖에 없다. 선진화단지의 폐수 배출 용량은 700t가량인데, 업체들은 하루 평균 650t가량을 배출한다. 업체들은 거의 모든 용량을 소진하고 있어, 만약 폐수를 많이 쓰는 다른 업체가 들어오거나 조금만 고장이 나도 바로 폐수 배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고차가공을 거치는 수산물 가공공정은 폐수를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는데, 부산시가 폐수용량을 너무 적게 만들어서 오히려 단순 가공만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설 수리로 폐수가 초과 배출돼 입주업체들이 2000만 원가량의 과태료를 물기도 했다.

게다가 입주기업을 선정하는 구체적인 기준도 미비해 지원이 단순히 공장을 빌려주는 데 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기존의 업체와 양도·양수 업무만 마무리되면 그대로 다른 업체가 공장을 이어받아 운영하는 식이다. 부산시가 선정 절차를 거치고는 있지만, 단순재무 상황 등만 따지는 형식적인 절차에 그친다. 지난 10여 년간 입주가 반려된 사례가 없다. 업계 관계자는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본력이 부족한 신생업체들을 입주시켜 인큐베이팅 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산시 국제수산물유통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폐수 시설에 대한 부분은 설립된 지 10년이 다 돼가기 때문에 시설개선 등을 검토를 하고 있다”며 “입주기업 선정 방식에 있어서는 다른 업체들과의 형평성의 문제가 있어서 기준을 따로 만들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마케팅 및 제품 개발 정책 등을 검토해 기업들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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