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깨어나는 가야사, 복천박물관부터 재정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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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낡아 유물 훼손 우려까지
부산시 지속적 관심과 지원 필요

부산 복천박물관의 원통형 그릇받침 유물. 부산일보DB 부산 복천박물관의 원통형 그릇받침 유물. 부산일보DB

개관한 지 26년이 지난 부산 복천박물관이 보기 민망할 정도로 퇴락한 상태라고 한다. 박물관의 대표 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전시실의 경우 조명은 물론 보온·방습도 제대로 안 될 정도로 낡아 전시된 유물이 훼손될 지경이라고 하니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오죽했으면 다른 박물관이 복천박물관에 유물 빌려 주기를 꺼린다는 말까지 나오는가 싶다. 복천박물관은 사적 제273호 복천동고분군에서 발굴된 각종 유물들을 전시해 고대 부산 지역의 가야 문화를 보여 주는 특수성을 가진 박물관이다. 그런 박물관이 지속적인 리모델링은커녕 제대로 관리조차 받지 못해 사실상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탄식이 절로 나온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박물관 리모델링은 필수적이다. 전시 기법이 발전하고 관람객의 기대치도 높아지기 때문이다. 김해박물관 등 국내 주요 국립 박물관들이 매번 수십 억 원의 비용을 들여 주기적으로 리모델링에 나서는 건 그런 이유에서다. 국립은 아니지만 부산박물관도 과거 세 차례에 걸쳐 리모델링을 단행했다. 그런데 복천박물관 개관 후 부산시가 예산을 들여 리모델링에 나선 건 2009~2010년에 걸친 한 번이 전부라고 한다. 그나마 겨우 5억 원으로 전시장 유물 구성이나 관람 동선을 바꾸는 데 그쳤을 뿐이다. 리모델링이라 부르기가 남사스러운 수준이다. 부산시의 무관심과 나태함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안타까운 건 1996년 개관해 가야사 박물관으로서는 가장 앞서 나가던 복천박물관이 다른 후발 가야사 박물관보다 시설과 규모 면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라가야 함안박물관이 좋은 예다. 2003년 개관 후 두 차례 전면 리모델링한 이 박물관은 지난해 말이산고분전시관을 따로 개관한 데 이어 내년엔 제2 전시관까지 문을 열 계획이다. 함안박물관 외에도 고령의 대가야박물관, 소가야 고성박물관, 비화가야 창녕박물관, 다라국 합천박물관 등도 리모델링과 증축을 의욕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한다. 가야사 관련 지역 정체성을 강조하며 관심과 지원을 아끼지 않는 해당 지자체들의 의지가 부럽기만 하다.

가야 문화의 번성과 신라로의 편입 과정을 보여 주는 복천동고분군은 오랫동안 수난을 겪었다. 주변 일대의 대규모 아파트 재개발로 훼손 위험에 노출되기도 했고, 이 사실이 빌미가 돼 정부가 추진하는 가야고분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목록에도 복천동고분군이 빠지는 일도 벌어졌다. 부산시의 강한 의지만 있었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는 일이었다. 복천박물관의 퇴락한 위상도 마찬가지다. 박물관은 도시의 정체성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구와 같다. 가야가 역사적 뿌리일 수도 있는 부산에선 복천박물관이 그 역할을 한다. 가야사를 통해 부산의 정체성을 일깨우려면 복천박물관부터 재정비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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