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유예?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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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시 정치 쟁점으로 비화, 내년 시행 오리무중

주식 등 금융상품 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놓고 여야 간에 공방이 진행 중이다. 2년간 재유예를 주장하는 정부·여당과 조건부 재유예 방안을 내놓은 야당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만 혼란에 휩싸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달 서울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하는 장면(아래)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거래 업무를 보고 있는 트레이더들의 모습. 한투연 제공·연합뉴스 주식 등 금융상품 투자에서 발생하는 소득에 과세하는 금융투자소득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놓고 여야 간에 공방이 진행 중이다. 2년간 재유예를 주장하는 정부·여당과 조건부 재유예 방안을 내놓은 야당의 입장이 조율되지 않으면서 투자자들만 혼란에 휩싸였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가 지난달 서울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도입에 반대하는 촛불시위를 하는 장면(아래)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주식 거래 업무를 보고 있는 트레이더들의 모습. 한투연 제공·연합뉴스

국내의 주식 투자 인구는 대략 1300만~14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주식과 관련한 금융상품 투자는 연령과 계층을 가리지 않는 전 국민의 가장 보편적인 재테크 수단이 됐다. 특히 저금리 시기를 거치는 동안 대출까지 받아 주식 관련 상품에 투자하는 열풍도 일었다. 주식 투자가 국민적인 재테크 수단이 되면서 투자자들은 이와 관련한 정부 정책에 대해 예전보다 훨씬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적극적인 목소리를 낸다.

최근 정부·여당과 야당 간에 치열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대표적이다. 주식, 펀드 등 금융투자 상품의 소득에 세금을 부과하는 금투세의 내년 시행 여부를 놓고 정부와 여당 그리고 이에 맞선 야당은 새해가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지금까지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업계와 투자자들은 불안감 속에 이 문제가 어떻게 진행될지 술렁이고 있다.


■2년 전 여야, 2023년부터 시행 합의

금융상품 투자자들 사이에 초미의 관심사가 된 금투세는 기본적으로 주식 등 투자로 돈을 벌었을 경우 여기에 부과하는 세금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주주 여부와는 별개로 주식, 펀드, 채권 등에 투자해 연간 5000만 원 이상을 벌었을 경우 여기에 22~27.5%(지방세 포함)의 세율을 적용해 세금을 원천징수 하는 것이다.

현재 주식 관련 세금으로는 코스피나 코스닥에서 주식을 매매할 때 각각 0.23%의 세율로 내는 통칭 증권거래세가 있다. 이는 이익·손실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투자자에게 부과된다. 또 주식 거래를 통한 양도소득세도 있는데, 이는 특정한 주식 종목을 10억 원 이상 혹은 일정 규모 이상의 지분(코스피 1%, 코스닥 2%, 코넥스 4%)을 소유하고 있을 때 해당된다. 따라서 보통 투자자라면 주로 증권거래세가 적용된다.

하지만 증권거래세는 소득 발생에 따른 부과가 아니라 거래 성사에 따른 부과로 후진적인 과세 방식이라고 지적받아 왔다. 게다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원칙과도 맞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18년 12월 문재인 정부 당시 출범한 자본시장 활성화 특위를 통해 금투세 부과가 본격적으로 논의됐다. 그 결과,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세법 개정을 통해 2년간의 유예 기간을 거친 뒤 2023년 1월 1일부터 시행하기로 확정됐다.

■정치 상황 격변, 다시 오리무중

예정대로라면 내년부터 시행될 금투세가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5월부터다. 윤석열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언급하면서 다시 논의가 시작됐다. 저금리에서 고금리로 금융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주식시장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데다, 경기 침체로 분위기마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정부가 금투세를 강행하기가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새 정부는 이 같은 기조를 반영해 금투세 도입을 2년간 재연기하는 내용의 세법 개정안을 올해 국회에 제출했다. 공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쪽으로 넘어간 형국이다. 그런데 이를 둘러싼 민주당 내 분위기는 다소 어수선하다.

본래 금투세 시행은 민주당의 당론이었다. 애초 민주당 정권에서 합의된 내용이고, 이제 와서 또 시행을 연기한다는 것은 현 정부의 ‘부자 감세’에 동조하는 꼴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서 제기하는 ‘금투세=세금 폭탄’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체 투자자의 1% 규모인 15만~20만 명 정도가 과세 대상에 해당할 뿐이라는 민주당 유동수 의원 등의 분석 자료를 제시하며 일반 투자자들의 세 부담은 사실상 없다고 반박해 왔다.

이런 민주당의 기류에 이상 조짐이 나타난 것은 지난달 중순 이재명 대표가 비공개 최고위원회의 석상에서 금투세 유예를 시사하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부터다. 이 대표가 “현재 주식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금투세 강행을 고집해야 하느냐”는 취지로 언급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금융정책인 금투세는 어느새 정치 문제로 비화했다.

당내 의견이 분분해지자, 민주당은 정부가 제출한 금투세 관련 세법 개정안에 일정 조건을 덧붙여 2년간 재유예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증권거래세를 0.15%로 더 낮추고(정부안은 0.20%), 주식 양도소득세의 부과 조건인 대주주 기준의 상향(가족 합산 10억 원어치 보유→ 개인 100억 원어치 보유) 방침을 백지화하는 게 그 조건이다. 하지만 정부는 민주당의 이 절충안을 거부했다.

■여야 공방에 투자자들만 혼란

2023년 새해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재로선 뚜렷한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금투세를 둘러싼 지지와 폐지 주장에는 각각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지지하는 측은 현재 주식·채권·펀드 등 상품 유형별로 설계된 복잡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는 과세 체계를 금투세를 통해 정리할 수 있다고 한다. 또 총 금융투자에서 손실이 발생해도 과세하는 문제도 개선할 수 있다. 반면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부과 대상이 개인 투자자로, 오히려 외국인 등 특정 세력은 제외되고 또 이른바 ‘큰손들’이 한국 주식시장을 떠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적은 세율 차이에도 민감하고 국내 주식시장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큰손들이 빠지면 한동안 더 침체를 겪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론도 엇갈린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가 지난달 18일 밝힌 리얼미터 조사 결과를 보면 금투세 도입에 부정적인 응답 비중이 57.1%로, 내년 시행 의견(34.0%)보다 많았다. 그러나 일주일 뒤인 25일 발표된 갤럽의 정례 여론조사에서는 43%가 ‘내년 1월 시행’을 찬성했다. ‘가급적 늦춰야 한다’는 의견은 41%였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금투세 문제는 정부·국민의힘과 민주당 간 대립에다 민주당 내 논란까지 얽히면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태다. 게다가 금투세 등 내년 세제개편안을 처리해야 하는 국회 조세소위원회는 지난달 24일부터 가동 중단 상태다. 이 때문에 국회 세제개편안의 법정 시한(12월 2일) 준수는 현재로선 물 건너간 분위기다.

전문가들은 증시 상황에 따른 금투세 유예 논란은 접근 방식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모든 소득에 과세한다는 원칙을 감안한다면 계속 뒤로 미루기보다는 낮은 세율로 일단 시작한 뒤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절충점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지만 금투세 논란은 이미 정치 쟁점으로 비화한 상황이다. 결국 여야 정치권이 타협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 형편인데, 현재 얼어붙은 정국을 감안하면 여야의 견해 차이가 쉽사리 해소될 것 같지도 않다.

새해는 벌써 저만치 다가와 있는데, 투자자들 사이에는 새로운 세금이 시행되는지, 아니면 유예되는지 도통 알 수가 없어 혼란과 불안감만 감돈다. 어떤 식으로든 정부와 정치권이 결론을 내줘야 한다. 그래야 속이 타들어 가는 투자자들이 예측가능한 연말연시를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곽명섭 논설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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