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올인’ 부산시, 대체거래소 아예 놓칠라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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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선 시기상조”만 외쳐온 市
금융위 인가 일정 발표로 헛심
반대 접고 유치전략 새로 짜야
한국거래소는 “반대보다 경쟁”


박형준 부산시장. 연합뉴스 박형준 부산시장. 연합뉴스

주식 대체거래소(ATS) 설립이 본격화하고 있지만, 부산시는 ‘설립 반대’만 외치다 부산 유치 기회마저 놓칠 처지에 몰렸다. 금융업계는 물론 부산시 내부에서도 "지금부터라도 ATS 설립을 전제로 한 유치 전략 혹은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5일 서울에서 ‘ATS 인가 설명회’를 열어 2023년 3월 말부터 ATS 인가 신청을 받는다고 밝혔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법인격 요건 △대주주 요건 △자기자본 요건 등 구체적인 인가 요건도 공개됐다. 2013년 ATS 설립 법적 근거가 마련된 지 약 10년 만에 공식적인 설립 절차가 시작되는 셈이다.



ATS는 주식의 매매 체결 등 정규거래소(국내의 경우 한국거래소)의 업무를 대체하는 증권 거래시스템을 일컫는다. 주식의 매매만 대신할 뿐, 기업공개(IPO) 등의 업무는 여전히 한국거래소가 맡는다. ATS가 생겨나면 주식 매매 때 한국거래소와 ATS 중에서 유리한 거래소를 선택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 편익이 증대된다.

부산시는 ATS 설립으로 부산에 본사를 둔 한국거래소의 기능이 분산되면 금융중심지 부산의 위상이 낮아질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지금껏 ATS 설립에 반대해 왔다. 설명회 이후 ATS 설립이 현실화하자 ‘무조건 반대’만 외쳤던 부산시의 입장은 무색해졌다.

금융업계 일각에선 부산시의 안일한 상황 판단 때문에 ATS 부산 유치 기회만 놓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현재 ATS 인가를 준비하는 곳은 금융투자협회를 중심으로 설립된 준비법인 ‘넥스트레이드’ 등이다. 현재로선 서울을 중심으로 설립될 가능성이 유력하다. 업계 관계자는 “설명회에서 금융당국이 ATS 인가 기준 등을 공식화한 이상 추진단체는 해당 기준을 충족시키는 것에만 집중할 뿐이다. 지자체의 반대는 더이상 부담스러운 부분이 아닐 것”이라며 “부산시는더 일찍 ‘반대’에서 ‘찬성하는 대신 부산 유치’ 쪽으로 입장을 바꿨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부산시의 안일한 대처는 한국거래소의 대응과도 비교된다. 당초 한국거래소 역시 부산시와 마찬가지로 ATS 설립에 반대하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20년 말 손병두 이사장이 취임한 이래 “(ATS 설립이)시대적 흐름이라면 무조건 반대하기보다 공정한 경쟁을 준비하겠다”면서 입장을 바꿨다. ‘우군’으로만 여겼던 한국거래소가 입장을 바꿨을 당시 지역사회에서도 ‘무조건 반대’에 대한 우려(부산일보 2021년 5월 17일 자 3면 등 보도)가 제기됐다. 그럼에도 부산시는 입장문을 통해 '우리나라 증시 규모를 고려할 때 ATS는 시기상조'라며 반대 입장을 재차 밝혔다.

최근 ATS 설립을 더 이상 막을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자 부산시 내부에서도 시의 잘못된 상황 판단에 대한 자책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시 관계자는 “부산시가 좀더 일찍 입장을 바꿔 ‘ATS 부산 유치’에 집중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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