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항 재개만 손꼽았는데… 부산 오게 돼 너무 좋아요”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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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0일 만에 열린 부산~오사카 뱃길
승객 124명 태우고 부산 입항
맥주 마시기, 노래 자랑 대회 등
바다 위 하룻밤 지루할 틈 없어

우리나라 여객선 팬스타드림호가 약 900일 만에 일본 오사카항에서 여객 124명을 태우고 1일 오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했다. 이날 1호로 입국한 일본인 나가야마 토시이치 씨와 나가야마 에이코 씨 부부가 입국장에서 환영 꽃다발과 무료 승선권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우리나라 여객선 팬스타드림호가 약 900일 만에 일본 오사카항에서 여객 124명을 태우고 1일 오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에 입항했다. 이날 1호로 입국한 일본인 나가야마 토시이치 씨와 나가야마 에이코 씨 부부가 입국장에서 환영 꽃다발과 무료 승선권을 받고 기뻐하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배 여행은 천천히 오는 동안 옛 추억을 되살리는 매력이 있습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한국을 찾지 못해 선사에 운항 재개 일정을 몇 번이나 문의하면서 손꼽아 기다렸는데, 이렇게 한국에 다시 오게 돼 아주 기분이 좋습니다."

지난 1일 오전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입국장으로 들어선 나가야마 도시이치(80) 씨는 아내 에이코(79) 씨의 어깨를 감싸안으면서 활짝 웃었다. 일본 후쿠시마 주민인 나가야마 부부는 전날 오후 오사카항을 떠난 팬스타드림호를 타고 약 17시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

한국과 일본을 잇는 바닷길이 2년 8개월 만에 다시 열렸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힘겨운 시기를 보낸 관광업계와 선사는 국제여객 항로 재개에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오랜만에 해외여행길에 오른 관광객들도 선박 여행의 여유를 즐겼다.

한국 국적선사 (주)팬스타라인닷컴의 2만 1688t급 대형 여객선 팬스타드림호는 지난달 30일 오후 4시께 일본 오사카 남항 국제페리터미널에서 출항했다. 승객은 한국인 109명, 일본인 15명 등 124명. 2020년 3월 승객 수송을 중단한 이후 처음 세 자릿수 승객을 태웠다.

한일 양국은 10월 28일 국제여객선 운항 재개를 결정했다. 지난달 4일 일본 국적의 퀸비틀호가 부산~후쿠오카 노선을 부분 재개했고, 팬스타드림호는 지난달 1일부터 한달간 시범 운항을 거쳐 국적선사 중에는 처음으로 여객 수송을 정상화하게 됐다.

정상 운항을 위해서는 검역 대책이 가장 큰 관건이었다. 팬스타그룹의 일본 법인인 (주)산스타 여객부 고무라 가즈히코 차장은 "입국 전 접종완료증명서를 등록하는 앱 시스템과 의심 환자 발생 시 동선을 점검하고, 개별 객실만 판매하는 조건으로 검역소의 승인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정 첫날 저녁 레크리에이션 행사에 참석한 승객 사이에서는 감염에 대한 긴장감을 찾기 힘들었다. 부산 용호동에서 온 승객은 맥주 빨리 마시기 대회에, 아버지와 함께 왔다는 청년은 노래자랑에 도전했다. 경남 창원에서 온 자전거동호회 회원들은 공연 내내 흥겹게 박수를 쳤다.

2시간 넘는 행사를 끝까지 지켜본 노다 구니히로(27) 씨는 "선박 여행의 공연을 체험하고 싶었는데, 음향이나 조명 등이 예상보다 화려해 놀랐다"면서 "부산은 해산물이 유명하다고 들어서 도착하면 종류별로 다양하게 맛보고 싶다"고 말했다.

부산 출발 4개 노선을 포함해 한일 여객 항로 5개 노선 이용객은 코로나19 이전 연간 95만 명에 달했다. 운항 정상화를 바라보는 양국 관광업계는 기대가 크다. 일본 HIS 여행사의 구와바라 히로미 간사이사업부 해외투어사업 그룹장은 "한국행 상품 비중은 코로나 전 35%에서 50%까지 늘었다. 이번 팬스타드림호 운항 재개로 항공편에서 부족한 좌석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사카관광국은 올해 오사카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100만 명을 넘고, 이 중 한국인이 19만 7000명 될 것으로 내다본다. 오사카관광국 미조하타 히로시 국장은 "뱃길 재개를 계기로 한일 교류도 다시 활발해져 2025년 오사카 엑스포와 2030년 부산 엑스포까지 이어지기를 기원한다"고 말했다.

정부도 적극 나섰다. 해양수산부 송상근 차관은 팬스타드림호 입항 행사에서 "부산~시모노세키, 부산~대마도 노선을 포함해 나머지 노선도 조속히 재개돼 지역경제 활성화와 한일 우호관계 증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일본 항만당국과 지속적으로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일본 오사카 남항 국제페리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부산항으로 향하는 팬스타드림호에 승선하고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 지난달 30일 일본 오사카 남항 국제페리터미널에서 승객들이 부산항으로 향하는 팬스타드림호에 승선하고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
지난달 30일 오사카항을 떠나 부산으로 향하는 팬스타드림호 행사장에서 승객들이 선사가 마련한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즐기고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 지난달 30일 오사카항을 떠나 부산으로 향하는 팬스타드림호 행사장에서 승객들이 선사가 마련한 레크리에이션 행사를 즐기고 있다. 최혜규 기자 iwill@


최혜규 기자 iwil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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