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화학적 재활용… '해중합 기술'로 도전장"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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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 부산 스타트업] (주)테라블록

폐페트 원재료 분리 기술로
테레프탈산·에틸렌글리콜 재생
광고 기획자 출신 권기백 대표
ESG 중요성 실감 환경기업 창업
내년 여수 공장 재생 TPA 생산

(주)테라블록 권기백 대표가 해중합 기술로 폐페트에서 분리한 고순도 재생 TPA를 들고 있다. 재생 TPA는 산업 전반에 쓰이는데다 ESG 바람을 타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주)테라블록 권기백 대표가 해중합 기술로 폐페트에서 분리한 고순도 재생 TPA를 들고 있다. 재생 TPA는 산업 전반에 쓰이는데다 ESG 바람을 타고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모든 산업 분야에서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기후 위기와 이를 해소하기 위한 세계적인 노력으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부산 스타트업 (주)테라블록은 ‘해중합 기술’로 폐플라스틱을 다시 플라스틱 재생 원료로 환원하는 재생 테레프탈산(Terephthalic Acid)을 생산하는 기술을 보유했다. 플라스틱은 최첨단 산업부터 소비재까지 산업 전반에 쓰이기 때문에 ESG 경영이 필수가 되어가는 요즘 폐플라스틱 재생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해중합 기술 상용화로 ‘우뚝’

플라스틱의 일종인 페트는 테레프탈산(TPA)과 에틸렌글리콜(EG)을 결합해 만든다. 테라블록 권기백(30) 대표는 “쉽게 말해 밀가루와 물로 빵을 만드는 것처럼 고체인 TPA와 액체인 EG를 결합해 페트를 만든다”며 “빵은 한 번 만들고 나면 밀가루와 물로 되돌릴 수 없지만 폐플라스틱은 다시 이전 소재로 재생할 수 있고 이 기술을 중합을 깬다는 의미에서 ‘해중합 기술’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했다.

한 번 사용한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것을 물리적 재활용이라고 한다면, 해중합 기술로 플라스틱을 원래 재료로 돌리는 것은 화학적 재활용이다. 폐플라스틱을 물리적으로 재활용하면 할수록 색상 강도가 떨어지고 품질이 저하된다. 하지만 테라블록의 기술로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면 원래 양의 97% 수준의 재생 TPA를 얻을 수 있다.

테라블록이 보유한 해중합 기술은 원래 정부 출연기관인 화학연구원이 보유한 기술이었다. 이 기술을 바탕으로 자체 연구를 통해 재생 TPA 생산이 가능해졌다. 권 대표는 “국내 대기업부터 글로벌 기업까지 협업 요청이 쏟아지고 있다”면서 “해중합 기술을 가진 해외기업도 많고 그 기술을 산 국내기업도 있지만 우리 말고는 상용화를 성공한 곳이 없다”고 전했다.

테라블록은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창업한 작은 스타트업이지만, 재생 TPA 생산 상용화를 바탕으로 산업계 전반의 러브콜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해결책 고민하다 창업

권 대표는 부경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했다. 학창 시절부터 광고 기획에 관심이 있어서 글로벌 광고 기획사에서 인턴 생활을 했고, 졸업 이후 광고 기획자와 카피라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권 대표가 폐플라스틱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당시 맡았던 광고 캠페인 때문이었다.

그는 “광고를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근본적인 환경 보호나 재생이 뭐가 있을까 고민했고, 자원순환 문제는 궁극적으로 과학 기술로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그때부터 화학연구원을 비롯해 각종 연구기관에 환경문제 해결 기술을 찾으러 다녔다”고 말했다.

비전공자로서 쉽지는 않았지만, 당시 권 대표가 지원받고 있던 카이스트 오픈 벤처랩의 지원이 힘이 됐다. 카이스트가 기술 창업 활성화를 위해 예비 창업자를 돕는 프로그램으로, 권 대표는 이 지원에 힘입어 화학연구원의 해중합 기술을 도입할 수 있었다.

페트하면 소비재인 페트병을 떠올리기 쉽지만, 페트는 산업 전반에 쓰인다.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에도 사용되고 섬유, 전자제품, 페인트 도료, 접착제, 자동차 등 상상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에 페트를 사용한다. 세계적으로 환경 규제가 촘촘해지고 재생 소재 사용이 의무가 되면서 재생 TPA의 수요가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권 대표에 따르면 현재 시장에서는 TPA 보다 재생 TPA의 가격이 4배 이상 높은 상황이다. 그는 “앞으로 이 같은 현상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며 “재료가 되는 페트칩의 가격도 오르고 있는 상황인데다 우리가 만드는 재생 TPA는 필름을 비롯해 고순도가 필요한 곳에 쓰이기 때문에 가격이 더 비쌀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내년 여수공장 가동 ‘도약 준비’

테라블록은 지난해 7월 창업한 기업으로 현재 롯데벤처스, 뉴본벤처스 등으로부터 시드 단계 투자를 받은 상황이다. 아직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벌써 전남 여수에 재생 TPA와 재생 EG를 분리할 수 있는 화학 공장을 설립했다. 내년 상반기부터 본격 가동 예정이다.

권 대표는 “부산 강서구에 공장을 짓고 싶었지만 화학 공정을 할 부지를 구하기 쉽지 않아 여수 화학단지에 공장을 갖췄다”며 “여수공장에서 앞으로 700~800톤가량의 페트를 재활용해 재생 TPA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고, 향후에는 해외 공장을 추가로 건립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기존 TPA 생산과 비교하면 온실가스 감축률이 최소 90% 이상이고, 재생 TPA 생산 때 바이오 촉매를 사용해 용매와 촉매를 최소 300번 이상 이용할 수 있어서 환경에 이롭다는 것이 권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 테라블록은 롯데글로벌로지스와 코리아세븐과 각각 오픈 이노베이션 협약을 맺어 폐페트병 분쇄물을 테라블록이 받아 재활용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예전에는 투명 페트병만 재활용 가능했지만, 기술 발전으로 테라블록은 색깔이 들어갔거나 인쇄가 되어 있는 페트병도 처리할 수 있어 대기업과 테라블록 모두 '윈윈'할 수 있는 구조가 됐다.

올해 권 대표는 부산시가 육성하는 ‘월드클래스’ 청년 인재 3인 중 1인에 선정됐다. 3년 동안 1억 원을 지원받는다. 그는 “해외 진출을 위해 지원금으로 영어 공부를 하고 있고 향후 해외 전시회 방문을 통해 적극적으로 회사를 알릴 계획이다”며 “세상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어 성과를 낼 수 있는 환경 기업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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