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보상 협상부터 난항… 기약 없는 송도해안산책로 재개통

김준현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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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낙석사고로 장기 폐쇄
소유주들 반대에 보수 못 해
내년 하반기 개통도 불투명

부산 서구 송도해안산책로의 재개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또 미뤄졌다. 2020년 낙석사고 이후 지금까지 폐쇄된 송도해안산책로. 서구청 제공 부산 서구 송도해안산책로의 재개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또 미뤄졌다. 2020년 낙석사고 이후 지금까지 폐쇄된 송도해안산책로. 서구청 제공

2020년 낙석사고로 폐쇄된 부산 서구 송도 해안산책로 재개 시점이 내년 하반기로 또 미뤄졌다. 하지만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로 보수작업조차 이뤄지지 않는데다 토지매입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하반기 재개통도 사실상 불투명하다. 서구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했던 해안산책로가 ‘15억 원 짜리 흉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서구청에 따르면 올 연말로 계획했던 송도 해안산책로 재개통이 내년 연말로 또 연기됐다. 2년 6개월이 넘도록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에 막혀 보수작업이 진척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암남항과 암남공원 주차장을 잇는 796m 길이의 송도 해안산책로는 일부 소유주의 동의를 받아 예산 15억 원을 투입해 조성됐다. 2010년 문을 연 이래 서구 대표 관광명소로 자리잡아 큰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일부 소유주가 바뀌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서구청이 낙석사고 이후 해안산책로 정비와 주변 사면 유실 가능성을 대비한 보수 계획을 세우고 예산 6억 5000만 원을 확보해 공사에 나서려고 하자 토지 소유주들이 동의해주지 않았던 것.

토지 소유주들의 반대로 보수작업을 더 이상 할 수 없게 되자, 구청 측은 안정적인 해안산책로 운영을 위해 인근 토지를 사들인 뒤 필요한 공사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문제는 내년으로 예정된 토지보상 협의가 험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있다. 산책로가 걸쳐있는 6필지는 소유주 변경 등을 통해 총 7명의 소유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에는 필지를 여러 명이 공동지분으로 소유하거나 다른 지역에 소유주가 살고 있는 경우도 있어, 토지보상 협의가 쉽지 않다는 것이 서구청의 설명이다.

해안산책로가 폐쇄된 상태에서 태풍이나 강풍 등에 의한 피해가 계속 발생하면서 보수 비용도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 9월 힌남노 태풍 당시 해안산책로가 입은 피해는 상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서구청 관계자는 “힌남노 태풍 이후 산책로 진입로와 출렁다리마저 유실됐다”며 “보수를 위한 정확한 예산은 실시설계용역을 맡겨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방치된 해안산책로가 지역 관광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현재 해안산책로는 일부 구간이 끊긴 상태로 있고, 폐쇄 전과 비교해 주변 정비도 미흡한 수준이다. 장기간에 걸친 폐쇄로 인해 관광 상품으로서 해안산책로가 아니라 주변 경관을 해치는 시설이라는 인식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와 관련, 서구청은 내년 초 물건조사와 토지감정평가를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땅을 매입한 뒤 보수공사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서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해안산책로 재개통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며 ”하루빨리 산책로를 재개통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준현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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