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 원유 제재에 ‘그림자 선단’ 꾸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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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러산 원유 가격 상한제
어기는 해운사 보험서비스 제한
러, 손해 피하려 중고 선박 모아
크렘린궁 “서방에 기름 안 팔아”

올해 10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셰스하리스 석유터미널에 유조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시행되면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60달러(약 7만 8000원) 이하로 매입해야 한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올해 10월 11일(현지시간)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셰스하리스 석유터미널에 유조선 한 척이 정박해 있다. 5일부터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가 시행되면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60달러(약 7만 8000원) 이하로 매입해야 한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러시아가 서방국가들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해운업계에서 이른바 ‘그림자 선단’(shadow fleet)을 꾸리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그림자 선단은 제재 대상국인 러시아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으로 구성된 유조선단으로 최근에 그 규모도 증가해 해운업계가 주류 선단과 그림자 선단으로 분할됐다는 분석도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즈는 3일(현지시간) “선박 중개인들과 분석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 석유 판매에 대한 서방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조용히 100척 이상의 노후된 유조선 선단을 모았다”고 보도했다.


선박 중개업체인 브레마는 원유 수송을 위해 외국 유조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가 올해 직·간접적인 구매를 통해 100척 이상의 선박을 증편했다고 추정하고 있다. 에너지 컨설턴트인 라이스타드는 러시아가 서방의 석유 금수 조치를 받고 있는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서비스하는 선박의 구매와 재배치를 통해 올해 103척의 유조선을 추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의 이 같은 시도는 러시아를 겨냥한 유럽연합(EU)과 G7의 제재 때문이다. 5일부터 가격 상한제가 시행되면 러시아산 원유를 배럴당 60달러 이하로 매입해야 한다. 이 제재는 러시아가 석유로 큰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막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 셈이다. 이 기준을 준수하지 않는 해운사는 미국과 유럽 보험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다.

러시아는 그동안 원유의 수송을 해외 해운사에 의존해왔는데, 제재 효력이 발생하면 손해를 감수하고 기존 해운사에 가격을 떨어뜨린 원유를 팔아야 한다. 원유의 제값을 받으려면 그림자 선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험을 이용하지 않는 그림자 선단은 그나마 비교적 가격이 저렴한 중고 유조선을 주로 활용하기 때문에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 중고 유조선의 거래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이런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겨울에 러시아 발트해 항구를 드나들 수 있도록 쇄빙 기능을 갖춘 유조선이 최근 시장에서 활발하게 거래되고 있다.

러시아 대통령궁(크렘린궁)은 규제에 동참하는 국가에 자국산 원유를 판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인도, 중국, 튀르키예 등 푸틴 대통령에게 우호적인 국가들과의 관계를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브레마의 유조선 연구 책임자인 아놉 싱은 파이낸셜타임즈와의 인터뷰에서 익명으로 구입한 새로운 유조선은 일반적으로 12년에서 15년 된 것이며 향후 몇 년 안에 폐기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이들은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구매자들이다. 우리는 이 선박들의 대부분이 러시아로 향하고 있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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