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필코 통과돼야” vs “의료 현장 혼란”… 간호법에 쪼개진 의료계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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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호협 2일 부산역서 궐기대회
의사·간호조무사 등과 이견 커
마지막 정기국회 전 갈등 고조

2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 앞에서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5개 지역 간호사와 예비간호사 5000여 명이 모인 '간호법 제정 촉구 영남지역 합동 궐기대회'가 열렸다. 서유리 기자 yool@ 2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역 광장 앞에서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5개 지역 간호사와 예비간호사 5000여 명이 모인 '간호법 제정 촉구 영남지역 합동 궐기대회'가 열렸다. 서유리 기자 yool@

간호사의 처우 개선과 업무 범위 등을 규정한 ‘간호법’을 두고 의료계가 둘로 쪼개졌다. 간호사 단체는 이번 정기국회 내 간호법 통과를 강력히 밀어붙이는 반면, 의사와 간호조무사 단체는 간호법 저지 투쟁 강도를 높여 갈등이 절정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간호협회는 지난 2일 부산역 광장 앞에서 ‘간호법 제정 촉구 영남지역 합동 궐기대회’를 열었다. 간호협회에 따르면 이날 궐기대회에는 부산, 울산, 경남, 대구, 경북 등 영남지역 간호사와 예비 간호사 1만여 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정기국회 내 간호법 제정을 촉구하며, 여당을 향해 대선 공약인 간호법 제정 약속을 즉각 이행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호사 처우 개선 방안과 업무 범위 등을 담은 간호법 제정안은 올해 5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의 반발 때문에 200여 일째 법사위에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2005년 처음 발의된 간호법은 총 8차례 발의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코로나19 이후 간호사 처우 개선여론이 높아지면서 다시 간호법은 수면 위로 떠올랐다. 21대 국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 국민의당이 모두 간호법안을 발의했으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여야 대통령 후보 모두 간호법 제정에 힘을 싣기도 했다.

간호사 단체는 간호법이 제정되면 숙련된 간호 인력을 양성해 국민에게 더 나은 간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우리나라 간호사 1인당 담당 환자 수는 12~50명 수준인데, 간호법을 제정하면 적절한 간호 인력을 배치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간호협회의 주장이다. 현재의 의료법은 간호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역부족이라는 것이 이들의 입장이다.

반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단체는 간호법이 의료 현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간호법 저지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의사협회와 간호조무사협회 등은 ‘간호법 저지 보건복지의료연대’를 구성해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간호법이 ‘간호사만을 위한 일방적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간호법이 통과될 경우 직역별 개별 법안이 난립할 수 있고, 직역 간 업무 범위 충돌로 의료 현장에 혼란이 따를 뿐아니라 보건 의료 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간호법의 주요 내용은 현행 의료법을 개정해도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올해 마지막 정기 국회를 앞두고 의견 대립은 더욱 격화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의료계의 대립으로 피해를 보는 건 결국 국민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의료계의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동절기 재유행 등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의료계 갈등으로 의료 공백이 생기진 않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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