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 진단기법으로 빨리 발견하고 적극 치료”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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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닥터 & 베스트 클리닉] ⑩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엄중섭 교수의 폐암 클리닉

증상 없고 엑스레이로 발견 어려워
특수 장비로 진단율 90%까지 올려
10년 이상 노하우 국내 최고 수준
신약 임상 시험 참여하는 것 괜찮아

부산대병원 엄중섭 교수가 폐암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부산대병원 엄중섭 교수가 폐암이 의심되는 환자를 대상으로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를 이용한 조직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엄중섭 부산대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폐암 조기진단을 위한 기관지내시경 초음파, 내비게이션 등 선진 진단기법 도입에 관심이 많다. 유전자 돌연변이 확인, 표적치료제, 면역항암제 치료를 통해 수술 후 재발방지와 완치율 향상에 남다른 노력을 쏟고 있다.


-폐암은 발견이 어려워 1기에 발견하면 아주 재수가 좋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폐암을 최대한 빨리 발견할 수 있나.

“폐는 감각신경이 없어 암조직이 흉벽이나 다른 장기를 파고들 때 비로소 통증을 느낀다. 검진 목적으로 시행하는 흉부 엑스레이로는 크기가 작은 초기 폐암은 발견하기 어렵다. 그래서 저선량 흉부 CT를 검진에 활용하고 있다. 저선량 흉부 CT는 해상도가 매우 높아 2~3mm 크기의 작은 결절도 발견할 수 있으며, 방사선 피폭량이 낮아 건강검진 때 널리 사용되고 있다.”

-흉부 CT는 의심되는 병변을 확인할 수는 있지만 폐암을 확진하지는 못한다고 하는데, 확진을 위해선 어떤 검사가 필요하나.

“폐암을 확진하려면 암세포가 있다는 것을 조직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흔히 하는 검사로는 기관지 내 종양을 조직검사하는 기관지 내시경검사, 피부를 통해 바늘을 폐 내부로 삽입해 종양조직을 채취하는 경피 바늘 조직검사가 있다. 최근에는 크기가 작거나 접근이 어려운 초기 폐암의 경우에는 내비게이션 장비와 방사형 기관지내시경이라는 특수장비를 사용해 좋은 결과를 얻고 있다.”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는 어떤 장점 있나.

“이전에는 바늘을 폐에 직접 찔러 조직을 채취하는 경피 바늘 조직검사를 많이 해 왔는데 진단율이 90% 정도로 높다. 하지만 기흉 발생 위험이 무려 20%까지 증가한다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우리 병원에서는 내비게이션 장비로 복잡한 기관지 경로를 탐지하고, 방사형 기관지내시경 초음파로 폐암 의심병변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냉동생검 기법으로 충분한 양의 조직을 확보하고 있다.”

-내비게이션을 활용하면 어떤 효과 있나.

“기관지는 해부학적으로 굉장히 복잡해 마치 미로와 같기 때문에 CT를 보면서 시술을 해도 초기 폐암이 위치하는 곳에 도달하기가 어렵다. 내비게이션 장비는 인공지능을 통해 CT 사진을 분석해 정확하게 종양이 위치한 곳을 3차원으로 재구성해 알려 준다. 덕분에 시술의 정확성도 높아지고 시술 시간도 단축시킬 수 있다.”

-폐질환 진단율이 타 의료기관보다 훨씬 뛰어나다고 하는데 어떤 노하우가 있나.

“앞서 말한 방사형 기관지내시경 초음파, 내비게이션 장비, 냉동생검 기법을 동시에 활용하면서 진단율을 크게 높였다. 과거 기관지내시경 초음파 진단율이 70~80% 수준이었는데 첨단기법이 결합되면서 90% 수준으로 크게 올랐다. 10년 이상 노하우가 축적돼 국내 최고의 폐암 진단 수준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목정하·김수한 교수와 함께 팀을 이뤄 빠르게 조직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화학항암제에 이어 출시된 2세대 항암제라고 하는 표적항암제는 어떤 원리인가.

“기존 화학항암제와는 다르게 유전자를 치료하는 약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폐암 조직검사를 할 때 대표적으로 EGFR, ALK, ROS1 유전자 검사를 기본적으로 하고 있다. 이런 유전자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암세포가 발생한다. 그래서 유전자 변이를 치료하는 약이 개발되었고 부작용이 작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검사를 통해 이런 유전자 돌연변이가 확인될 때는 표적치료제를 쓸 수가 있어 다행스러운 경우에 해당된다.”

-어떤 표적항암제가 임상에 적용되나.

“EGFR 유전자 변이를 치료하는 약으로는 1세대 이레사 타세바, 2세대 지오트립, 3세대 타그리소 렉라자와 같은 약이 있다. ALK 유전자 변이 치료제로는 알레센자 알룬브릭 등이 있다. 저희 기관에서 현재 ROS1 유전자 변이 치료제의 신약 임상이 진행 중이라 신약 제공의 기회를 제공 받을 수 있다.”

-최근에 주목받고 있는 면역항암제는 어떤 효과가 있나.

“면역항암제는 정상 면역세포에게 암세포를 죽이도록 신호를 전달하는 치료제다. 표적치료제를 쓰지 못하는 환자들에게는 면역항암제가 희망이 되었다. 대표적으로 키트루다 티센트릭 옵디보가 있으며 1차, 2차 치료에 모두 효과가 좋다.”

-임상시험에 참가하면 신약을 접할 수 있어 환자들에게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임상시험에 참여해도 안전한가.

“폐암은 아직도 난치병이라 많은 신약이 개발되고 있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면 출시되기 전의 신약을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임상시험이라는 자체가 승인되지 않은 신약을 검증하기 위한 절차이므로 안정성과 환자 보호가 우선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임상시험은 정교한 환자 안전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하다면 참여하는 것이 좋다.”

-환자들이 수술 이후에 항암치료를 해야 하고 사후관리도 편하게 해야 한다. 어떻게 병원을 선택해야 하나.

“항암제는 특정 병원에 독점적으로 제공되지 않고 모든 의료기관에 같이 배분된다. 원정치료는 이동에 어려움이 크고 부작용이 생기면 즉각 해결도 어렵다. 사실 폐암 수술 자체는 고난도 수술이 아니다. 수술을 누가 하느냐보다 재발 관리가 더 중요하다. 폐암은 누가 수술하더라도 3기 폐암의 경우 70~80%가 재발한다. 관리를 잘 해야 완치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지역의 가까운 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고령의 환자나 수술이 어려운 환자는 어떻게 해야 하나.

“현실적으로 폐암 환자의 절반 이상은 타 장기로 전이가 돼 수술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표적치료제, 면역치료제 등의 좋은 약을 쓰면 완치는 어렵지만 만성질환처럼 조절은 할 수 있다. 제가 항상 환자들에게 ‘폐암도 고혈압이나 당뇨병처럼 잘 관리하면서 생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절망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치료에 임하는 것이 좋다.”


김병군 선임기자 gun39@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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